
자영업·소상공인의 지난해 연말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12·3 비상계엄' 여파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을 찾는 해외 여행객이 크게 감소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관광지 인근 골목상권의 방문·매출량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2일 EBN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자영업·소상공인들은 역대급 불황을 겪었다. 특히 계엄사태 이후 일부 주요 국가(미국·영국·일본·이스라엘·러시아)에서는 한국을 '여행 위험국가'로 분류하면서 외국인이 몰리는 관광지의 서비스 매출 타격은 현실화했다.
서울 시청 인근 먹자골목에서 20년 가까이 포장마차를 운영한 김안일(가명) 씨는 "올해(2024년)도 올해지만 이번달(12월)이 특히 심했다"며 매출 감소 상황을 토로했다.
짧지만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4개 국어를 장사에 문제 없을 정도로 구사하는 김 씨는 "그럼 뭐해 손님이 없는데"라며 너털 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 씨에 따르면 지난 '12·3 비상계엄' 이후 인근 상권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구체적인 매출은 밝히지 않았지만 평소 오후 9시 오픈부터 새벽 3시까지 자리가 없을 정도로 운영됐지만 지난달은 공치는 날도 더러 있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김 씨는 "요즘 손님들은 자리에 앉으면 다 (대통령)욕해. 그럼 나는 손님기다리면서 같이 욕하지. 그날(계엄) 이후로 이 동네 거리 사람들이 씨가 말랐어 아주"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씨 같이 갑작스런 매출 타격을 입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수없이 많아졌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정부와 여행업계가 목표한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유치'는 최근 비상계엄·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달성이 무산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방한객은 1374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54.7% 늘었고 2019년 같은 기간의 94%를 기록했다. 당시 집계까지만해도 올해 2000만명 달성은 무리 없었지만 '계엄 변수'로 어그러진 것이다.
서울시도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최근 관광 분야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로 서울 관광이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오 시장은 "실제로 해외 주요국에서는 자국민에게 집회와 다중 밀집 지역을 피하라는 안전 경고를 하고 있으며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은 서울 방문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단축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연말연시를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던 관광업계는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을 찾는 해외 여행객이 감소하면서 내수 위축도 심해지고 있다는 판단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이 공개한 '한국, 정치 불안정성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국민들의 연말소비가 위축되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이 줄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4%포인트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GDP에서 음식·숙박과 여가·문화는 9%, 외국인의 국내소비는 0.8% 비중을 차지한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탄핵정국으로 12월 골목상권 매출과 외국인의 국내소비가 5% 훼손됐다는 가정하에 성장률 피해 규모를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수 침체에 소상공인의 한계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5년 가까이 코로나19 대유행과 소비 부진 충격을 금융기관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속속 한계를 맞고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기말 기준)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기록이다. 2분기 말(1060조1000억원)과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4조3000억원이나 더 불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전 분기 대비)은 지난해 4분기 0.1%로 떨어져 급증세가 진정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올해 1분기 0.3%로 반등한 뒤 2분기와 3분기 모두 0.4%를 유지하며 전반적으로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대출 상황도 '악성'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자영업자의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3분기 말 총 18조1000억원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계엄사태와 탄핵정국에 따른 소비 위축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 상환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따른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한은 조사 결과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88.4)도 11월보다 12.3포인트나 급락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3월(-18.3p)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이번 탄핵 정국 등으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며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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