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

미국 정부가 3월 12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각국이 이를 피하기 위한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포고문에 서명해 2018년 체결된 한국과의 철강 수출 쿼터제를 폐지하고, 모든 철강 제품에 일괄적으로 25%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철강 수출물량은 277만 톤, 수출 금액 35억 달러 수준이다. 이는 국내 철강산업 전체 수출에서 물량기준 9.8%, 금액기준 12.4%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한국 철강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각국, '관세 면제' 협상 총력전…韓 정부 대응 시급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어떠한 예외나 면제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일부 국가들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통해 철강 관세 문제를 논의했다. 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가 미국의 무역 흑자 국가라는 점을 고려해 관세 면제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호주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협상ㅇ르 통해 관세를 면제 받은 바 있다.

일본은 주미 일본 대사관을 통해 미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관세 면제 요청을 전달했다. 특히 포고문 서명 전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미(對美) 투자액을 1조 달러(약 1,458조 원)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일본제철은 당초 추진했던 US스틸 인수를 보류하는 대신 미국 내 직접 투자로 방향을 선회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만도 지난 1월 체결한 경제·무역 협력 양해각서(MOU)와 관련해 추가 협의를 통해 철강 관세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아직 뚜렷한 협상 전략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철강협회에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협상은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예정된 통상차관보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상무부, 미국 무역대표부 관계자를 만나 트럼프 2기 통상 정책과 한미 무역 활동에 대해 의견을 교환다는 계획이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가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무역 활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출처=연합뉴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가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무역 활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출처=연합뉴스]

■ 美 '국가 안보' 논리 앞세워 협상 난항 전망

한국에 대한 25% 관세 부과는 2018년 체결된 철강 수출 쿼터제를 폐지한 데 따른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는 이번 조치의 근거로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 of the Trade Expansion Act of 1962)’를 적용했다. 이 법은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경우, 대통령이 수입을 제한하거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한 해석은 역대 미국 행정부마다 차이가 있어 논쟁의 여지가 많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미국 제조산업 부활과 노동자 우선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집권 초기에 내린 결정에 대해 쉽게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포고문에서도 철강 관세 면제를 받았던 국가들의 수출량 급증이 미국 철강 산업의 가동률을 80% 이하로 떨어뜨렸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존 면제 국가들에 대한 철강 수입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제공=한화오션]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제공=한화오션]

■ 韓·美 조선산업 협력이 협상 카드 될까

미국의 철강 관세 25% 부과에 맞서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협상 카드로는 조선산업 협력이 꼽힌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산업 부활과 해군력 증강, 해상 항로 확보 등 해양 전략 강화를 중점 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2022년 기준 미국의 군함 보유량은 294척으로, 400척을 보유한 중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은 10만 GT로, 2325만 를 기록한 중국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조선산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그는 “미국 조선산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산업계는 미국이 조선산업 강화를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가 안보 문제는 정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철강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만약 다른 국가가 미국과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를 받아낸다면, 우리나라 철강사들의 경쟁력은 크게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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