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가 고환율과 중국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인 위기 탈출책으로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5069_668081_5033.jpg)
2010년대 전 세계 면세 시장 1위를 차지한 우리나라 면세업계가 코로나19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초에도 전년 대비 매출이 급감했다. 고환율로 인해 소비자의 구매력이 하락하고 면세업체가 주 매출처인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리두기에 나선 결과다. 이런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의 임대료 부담도 커지면서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14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월간 면세점 매출액은 95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급감했다. 면세점 월매출액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이미 면세업계는 지난해 연간 3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은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따이궁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따이궁에 지급하는 과도한 수수료가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면세업체도 따이궁과의 거래 비중을 낮추는 추세다.
문제는 따이궁의 빈자리를 채울 매출처가 없다는 점이다. 그간 면세점의 ‘큰손’으로 불린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은 돌아오지 않고 고환율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소비자의 구매력이 하락한 것도 악재다.
면세업계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싼커)를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지만, 싼커는 올리브영, 다이소 등 로드숍을 주로 이용하는 경향성이 커 면세업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고객 1인당 구매액은 41만71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9% 감소했다.
면세업계에선 이 같은 위기 탈출을 위해 ‘고정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항공관광산업의 위기 진단과 해법 모색, K-면세산업을 중심으로’ 세미나에서 홍규선 동서울대 관광학부 교수는 “면세시장은 팬데믹 이전보다 악화했는데도 출국 여행객 수 증가에 따라 인천공항 전체 면세점 임대료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내 면세점 매출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24조8586억원에 달했다가 지난해 매출은 14조2248억원으로 5년 새 10조원 이상 빠졌다. 반면 인천공항 임대료는 2019년 7387억원, 2020년 3435억원, 2021년 730억원, 2022년 831억원, 2023년 4003억원, 2024년 505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임대료는 과거 호시절 수준에 가깝게 회복한 셈이다.
인천공항 임대료 부과 방식도 면세업체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당초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은 업체별로 고정 임차료를 부과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난 2023년부터 여객 수와 연동돼 임차료를 산출하고 있다. 여객 수는 코로나19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매출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실상 임대료 부담만 커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신라·신세계·현대 등 3개 면세업체가 부담한 인천공항 면세구역 임차료는 5051억원이다. 3사 합산 매출의 10%에 육박한다. 3사 영업손실액(1344억원)과 비교하면 4배에 가까운 수치다.
홍 교수는 인천공항과 면세업체의 ‘윈윈’을 위해선 실질적인 협업구조 도입과 수익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매장별 임대료 협상, 사업자와 공항 합작법인(JV) 설립, 비항공수익 비율 완화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우리나라 면세 산업은 세계 1위 산업이었는데 현재는 고꾸라진 상황”이라며 “올해 비상경영에 나사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사실상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환율로 인해 구매력이 감소되고 중국 경기 악화로 따이궁이 물건을 사가도 중국 내에서 팔리지 않아 재구매도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대외 변수인 환율과 중국 경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와 국회에서 면세 산업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는 (임대료 인하 등) 방안을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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