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연합
▶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연합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그 중 현대건설은 50년간 이어온 ‘압구정현대’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전례없는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연초부터 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순탄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기에 압구정 재건축 시장에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삼성물산이 도시재정비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어 현대건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6년부터 1987년까지 총 14차에 걸쳐 6335세대 규모로 조성된 대단지다. 이 중 13차는 현대건설이 직접 시공했으며, 14차는 당시 현대건설의 주택사업부였던 한국도시개발(현 HDC현대산업개발)이 담당했다.

현재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총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이 진행 중이며, 이 중 2구역이 가장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1982년 준공된 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는 2구역은 용적률 300% 이하, 최고 250m(약 70층) 높이의 총 2606세대(공공주택 321세대 포함) 규모로 계획됐다. 총공사비는 약 2조 4000억원에 달하며, 조합은 오는 6월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낼 예정이다.

관심은 ‘50년 터줏대감’ 현대건설이 ‘압구정현대’ 브랜드를 사수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압구정은 사업성이 뛰어난 지역인 만큼 삼성물산과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원펜타스’(반포주공1단지 재건축)로 강남 초고급 아파트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으며, GS건설 역시 ‘한남자이 더 헤리티지’ 등을 통해 프리미엄 단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현대’의 역사성을 강조하며 수주전에 대비하고 있다. 2023년 12월 별도의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데 이어 최근 이를 확대 개편한 ‘압구정재건축영업팀’을 신설했다. 또한, ‘압구정 현대’ 및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의 명칭을 상표로 출원하며 브랜드 보호에도 나섰다. ‘압구정현대’라는 이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 사옥.[출처=현대건설]
현대건설 사옥.[출처=현대건설]

그러나 50년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의 수주전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발생한 연이은 악재가 현대건설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손실로 인해 연간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또한, 올해 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던 서울~세종고속도로 9공구에서 교량 상판 붕괴 사고가 발생해 10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 사고는 비록 자회사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현대’라는 이름으로 연결되면서 현대건설의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서의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건축 사업에서는 현대건설이 단지 내 현대백화점 입점을 약속했다가 철회하면서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시장에서는 한남3구역에서 불거진 부정적 여론이 결국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도 영향을 미쳤고, 결국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을 삼성물산에 내주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서 이번 수주전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삼성물산이 승승장구 중이어서 현대건설의 속앓이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풍부한 유동성과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워 올해 정비시장에서 압도적인 실적을 기록 중이다. 이미 1분기 만에 2조 원 이상의 수주고를 올렸으며, 선별적으로 사업을 수주하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다. 반면,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수주 실패 이후 아직 단 한 건의 수주도 따내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오는 6월께로 예상되는 시공사 선정 전까지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지 못하면 수주전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건설만의 차별화 된 설계안과 맞춤형 혜택 등을 제시함으로써 조합원들로부터 먼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현대건설의 브랜드 정체성과 직결되는 상징적인 단지인 만큼,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반드시 수주해야 하는 사업장”이라며 “하지만 최근 악재와 경쟁사의 강세로 인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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