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식품기업 간담회 [출처=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부·식품기업 간담회 [출처=농림축산식품부]

정부가 식품·외식물가 상승 조짐에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식품업계는 고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식품가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말발’이 안 먹히는 것으로 식품업계가 혼란한 탄핵 정국 속에 가격 인상을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13개 주요 식품사 임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해당 간담회에 참석한 식품기업은 CJ제일제당, SPC삼립, 남양유업, 농심, 동서식품, 동원F&B, 대상,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삼양식품, 오리온, 풀무원식품, 해태제과 등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대에 불과하던 가공식품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기준 2.9%를 기록한 점을 들어 가공식품 가격 인상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식품기업 원가 부담 완화를 위해 주요 수입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수입 부가가치세 면제, 원료구입 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아울러 식품업계도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작 간담회 이후에도 식품가 인상 행렬은 지속되고 있다. 농심은 지난 17일부터 57개 브랜드 중 신라면과 새우깡 등 17개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했다. 주요 제품 인상 폭은 출고 가격 기준 신라면 5.3%, 너구리 4.4%, 짜파게티 8.3%, 새우깡 6.7%, 쫄병스낵 8.5% 등이다.

농심 측은 “그간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가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인상 압박을 견뎌 왔지만, 원재료비와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가격 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경영 여건이 더 악화되기 전에 시급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라면 원가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팜유와 전분류, 스프원료 구매 비용이 상승했고, 인건비 등 제반 비용도 올랐다는 설명이다.

오뚜기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오뚜기는 다음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3분 카레와 짜장 제품 가격을 13.6% 인상하기로 했다. 3분 카레(200g) 순한·매운맛과 3분 쇠고기짜장(200g) 가격은 기존 2200원에서 2500원으로 오른다. 오뚜기 딸기잼(300g)은 6000원에서 6600원으로 인상된다. 오뚜기 허니머스타드 소스(265g)와 오뚜기 참깨 드레싱(245g), 오뚜기 홀스래디쉬(250g)도 400∼500원씩 비싸진다.

오뚜기는 “원료와 원부자재 가격이 인상된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가격 인상을 자제하다가 이번에 인상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맥도날드는 오는 20일부터 20개 메뉴 가격을 100∼300원 인상한다. 전체 평균 인상률은 2.3%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5월 16개 메뉴 가격을 100∼400원 올린 바 있다.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버거 단품은 불고기 버거와 치즈버거만 각각 200원 오른다.

버거 세트는 7종이 200∼300원 인상된다. 대표 메뉴인 빅맥 세트는 7200원에서 200원 오른 7400원이 된다. 다만 빅맥 맥런치 가격은 6300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음료·커피 메뉴에서는 드립커피만 200원 오른다.

식품업계가 올 초부터 가격 인상에 나서는 표면적인 이유로는 고환율과 원재료비 인상이 꼽힌다. 그러나 실질적 이유로는 ‘탄핵 정국’이 거론된다. 그간 기업들이 정부 눈치를 보면서 가격 인상을 자제해 왔지만, 국정 공백이 이어지자 가격 인상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조기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섣불리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단체는 식품업계의 이 같은 기습적 가격 인상 행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유례없이 어려운 국내의 상황 속에서 혼란한 시점을 틈타 이뤄지는 가격 인상이 기업의 이익만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한 선제적 가격 전략이라면 소비자뿐 아니라 경제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에 대한 엄중한 질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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