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대규모 할인행사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매출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 앞에 붙은 할인 안내문. [출처=연합뉴스]
홈플러스가 대규모 할인행사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매출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 앞에 붙은 할인 안내문. [출처=연합뉴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에서 빠져나간 소비자들이 이마트·롯데마트·온라인몰로 대거 이동하는 모양새다.

홈플러스가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며 발버둥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막지 못한 채 매출 하락이 가시화되고 있다.

반사이익은 경쟁 유통업체들의 몫이 되고 있다. 동시에 유통 대기업 CEO들은 일제히 '외형 확장'을 선언하며 홈플러스의 빈틈을 공략하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3월 4일부터 17일까지의 카드 결제 실적을 분석한 결과, 홈플러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1.3%, 롯데마트는 22.2%, 쿠팡·마켓컬리 등 주요 온라인몰은 5.6% 증가하며 홈플러스 이탈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사별로 수치는 다르다. B카드사 기준 홈플러스 매출은 무려 28% 급감했고, 롯데마트는 4% 증가, 온라인 쇼핑몰은 71% 급증하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C카드사 분석에서도 홈플러스(-4.6%)와 이마트(-4.6%)는 줄었지만, 롯데마트(6.7%)와 온라인 쇼핑몰(11.1%)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은 기본적으로 성장세에 있는 시장이라 단정은 어렵지만,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 이후 매장을 찾는 소비자 심리가 위축된 건 사실"이라며 "단기적 고객 이탈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도 당분간 홈플러스는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할인점은 백화점과 달리 직매입 중심이어서 재고 확보를 위해 현금 매입 혹은 외상 매입 거래를 진행해야 한다"며 "유동성 악화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기적으로 홈플러스의 영업능력 약화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투자증권 조상훈‧김태훈 연구원은 "홈플러스는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영업손실 1994억원, 당기순손실 5742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며 "실적 악화 장기화로 자산매각 등 차입금 상환이 이뤄졌지만 재무안정성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에도 정상 영업을 유지 중이다. 하지만 일부 납품업체가 대금 회수를 우려해 납품을 중단했고, 동서식품, 오뚜기, 팔도, 롯데칠성음료, LG전자 등이 납품을 일시 중단한 후 순차적으로 재개한 바 있다.

이 틈을 타 유통 대기업들은 매장 확대와 사업 포맷 다양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부회장)는 지난 24일 주총에서 "마트와 슈퍼 소싱 통합을 바탕으로 신선식품 특화 매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천호점·구리점 신규 출점과 백화점 리뉴얼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복귀하기도 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주주 서한을 통해 "신규 출점 확대와 판매채널 다각화를 통해 외형 성장을 가속하겠다"고 밝히며, 올해 총 3개 점포 출점 계획과 함께 인천 구월 트레이더스 출점을 언급했다. 현대백화점도 6월 '커넥트현대 청주' 7월 '더현대 광주' 착공 등 신규 프로젝트를 줄줄이 예고한 상태다.

시장은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로 인해 경쟁사인 이마트, 롯데마트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가 단기적으로 금융채권 유예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시장지배력은 낮아질 것으로 본다"며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경쟁사 입장에서 반사 수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실적도 회복세를 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8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3%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마트는 무려 251.2% 증가한 394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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