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 [출처=HD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 [출처=HD한국조선해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해양산업을 향한 견제에 본격 나서면서 글로벌 선사들의 '탈중국' 시도가 가시화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17일께 중국 해운사 또는 중국산 선박에 대해 고액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중국 해운사 소유 선박에는 최대 100만 달러,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에는 최대 150만 달러의 입항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지난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조선업 재건 및 중국 해양 지배력 견제 행정명령'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 상업용 선박의 1%도 건조하지 못하는 반면, 중국은 50%를 차지한다"며 "미국의 조선 역량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조선·물류·항만 등 해양산업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골자로 한다. 

USTR도 행정명령에 따라 중국의 해양, 물류, 조선 부문에 대한 불공정 표적화 조사를 토대로 실질적인 조치를 실행하게 된다. 

미국의 이같은 적극적 움직임은 글로벌 해운사들의 발주 전략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존에는 낮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대규모 선박 수주를 독식했지만 미국발 규제로 인해 중국 조선소 기피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은 미국 해상운송 및 물류 부문에 향후 4년간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산 선박 비중이 높은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도 노선 다변화와 함께 선박 발주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에는 이미 가시적인 수혜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그리스의 캐피탈 마리타임과 대만의 양밍해운도 대규모 컨테이너선 발주를 두고 한국 조선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중국 조선소는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출처=삼성중공업]

중국 조선업계의 수주 부진도 이를 방증한다.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조선소들이 수주한 벌크선은 총 13척에 불과해 199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중국이 강세를 보이던 벌크선 시장에서도 발주 급감이 현실화된 셈이다.

업계는 미·중 간 해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며 한국 조선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은 고부가 선박에 특화돼 있어 글로벌 해운사의 '탈중국' 수요를 흡수하기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은 "USTR의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 조선·해운산업 및 항만·물류 장비에 대한 규제 강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가 부과될 경우, 한국·일본·유럽 조선업체들에는 중장기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를 대체할 수 있는 발주처로 한국이 부상하고 있으며 기술력과 신뢰도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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