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자동차 [출처=연합뉴스]
닛산자동차 [출처=연합뉴스]

닛산자동차가 전 세계 7곳의 생산시설 폐쇄를 검토하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일본과 멕시코는 물론 인도,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주요 생산 거점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과 교도통신 등 일본 유력 언론들은 17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닛산이 일본 내 가나가와현에 위치한 오파마(Oppama)와 히라츠카(Hiratsuka) 공장 폐쇄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두 공장은 닛산 자회사인 닛산 샤타이(Nissan Shatai Co.)가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전체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오파마 공장은 닛산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리프(Leaf)’와 ‘노트(Note)’를 생산하는 전기차 핵심 거점이다. 연간 24만 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으며, 2001년 이후 닛산이 국내 주요 공장을 폐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될 수 있다. 히라츠카 공장은 연 15만 대 규모의 상용차를 생산 중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한 생산거점 축소가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전환기에 따른 전략적 재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닛산은 최근 몇 년 간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약진으로 글로벌 판매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도 시대에 뒤떨어진 차량 라인업, 과도한 딜러 인센티브, 고질적인 재무 부실로 성장 모멘텀을 잃은 상태다.

닛산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약 5000억엔(34억달러)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전체 인력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2만 개의 일자리를 줄이는 계획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는 닛산이 최근 수년 사이 발표한 구조조정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지난 회계연도 중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한 직후 발표된 조치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외에도 멕시코의 두 공장, 인도, 아르헨티나, 남아공의 공장 폐쇄를 추진 중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닛산의 글로벌 전략 차종을 생산하는 주요 거점으로, 공장 폐쇄는 단순한 구조조정 이상의 파급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닛산 측은 이에 대해 “보도는 추측에 불과하며,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실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냈다. 닛산 샤타이도 같은 입장을 밝히며 공장 폐쇄설을 부인했지만, 업계와 노동계는 닛산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닛산은 올해 초 혼다와의 합병 협상이 결렬된 후,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본격화했다. 전 CEO 해임 이후 4월 신임 CEO로 취임한 이반 에스피노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회사의 규모를 재설정하고 있다”며 “외부 파트너 없이도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한 축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닛산을 위한 체질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닛산이 당장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과거 ‘카를로스 곤 체제’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부메랑이 된 셈이다.

한편, 닛산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지역 경제와 부품 공급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 내 공장 폐쇄는 해당 지역 일자리에 직격탄이 될 수 있어 정치적 파장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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