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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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임상시험 실패와 자진 중단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연구개발(R&D) 핵심 지표인 임상시험의 성패는 기업 가치뿐 아니라 시장 신뢰까지 좌우한다. 실패로 끝날 경우 단순 재정적 손실을 넘어 기업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킨다. 주가 하락은 물론, 파트너십 계약 해지로도 번질 수 있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그 타격은 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HLB테라퓨틱스는 지난 24일 진행 중이던 신약의 임상시험에서 주요 평가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HLB테라퓨틱스 미국 자회사 리젠트리가 개발하는 신경영양성각막염(NK) 치료제가 유럽 임상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고, HLB그룹 계열사 주식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임상 실패 발표 전까지만 해도 높은 기대감을 반영하던 주가가 하루 만에 급락하며 시가총액 수백억원이 날아갔다.  

휴젤은 지난 18일 리도카인 함유 액상 보툴리눔 톡신 제제(HG102)의 임상 3상 시험을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외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액상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사업성을 재검토한 결과 해당 임상시험의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는 게 휴젤 측의 설명이다. 

임상 시험의 경우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임상을 중단하면 이 모든 투자는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손실이다.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역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와 오름테라퓨틱스 등 바이오텍들도 최근 임상 실패를 경험했다. 브릿지바이오의 경우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임상시험2상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힌 뒤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다가, 최근 미국의 가상자산 헤지펀드에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이처럼 임상에 실패할 경우 시가총액이 수천억원 이상 증발하기도 하며 바이오텍은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또 연구개발 역량과 데이터 신뢰성, 경영진의 판단력 등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개발이나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내부 구조조정 가능성도 높아진다. 임상 실패 후에는 인력 감축과 연구개발 파이프라인 재편 등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일단 임상에 실패한 기업은 후속 임상에서 성공하더라도 신뢰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 관계자 “임상시험은 평균 수백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고비용 고위험 투자로 실패 시 해당 자금은 회수 불가능한 손실로 처리된다”며 “임상시험이 단순히 기술력의 과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존폐까지 결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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