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룰 상법개정' 현실화…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될까

국내 자본시장의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돼 온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을 포함한 이번 개정안은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 투명성 제고를 골자로 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개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와 원화 강세 등 실질적인 금융시장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3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오늘 국회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3%룰’ 도입이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최대주주 지분이 많더라도 감사위원 선출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3%까지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의미 있는 조치로 평가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확대 등은 향후 논의가 지속될 예정이지만, 최대 쟁점이던 3%룰이 포함된 만큼 이번 개정안 통과만으로도 국내 자본시장 체질 개선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하나증권은 이번 상법 개정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서막’으로 평가했다. 특히 코스피 고점 돌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나증권은 상법 개정 효과를 반영해 코스피 상단을 3710포인트로 제시했다. 이는 과거 고점을 넘어섰던 시기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14.2배를 적용한 수치다.

시장 상황도 개정안 효과를 뒷받침한다. 코스피는 6월 한 달간 13.9% 급등하며 2000년 이후 네 번째로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단기간 3000포인트를 돌파하며 피로감과 조정 우려도 제기됐지만, 상법 개정이라는 호재가 이를 완충하는 모양새다. 특히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가 기대된다.

외환시장에서도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 속에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며 달러-원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1350원 선에서 강력한 지지선을 형성했던 환율은 상법 개정 효과로 추가 하락할 여지를 열어뒀다.

물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룰이 외국계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될 경우 일부 기업의 경영 불안정성 우려도 남아있다. 특히 한국의 3%룰은 미국·일본과 달리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직접 제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해외 사례와 차별화된다. 미국은 감사위원을 이사회가 선임하며 독립성을 강화했고, 일본은 사외성 요건과 자율규범을 통해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상법 개정안은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친화 정책 강화를 위한 첫 단추로 평가된다. 소액주주 보호, 경영진 책임성 강화, 전자주총 도입, 독립이사 제도 개선 등 주요 조항이 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법 개정을 단기 호재 소멸로 치부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증권가 중론이다. 외국인 투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지배구조 개편이 주가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 상법 개정 역시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투명성과 책임경영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