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KRX 출입기자단-증권사 정기 간담회’에서 달러 약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출처= 최수진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1393_687184_521.jpg)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강세는 한국 경제나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서가 아니라 비달러 자산 선호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달러의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비달러 자산 수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KRX 출입기자단-증권사 정기 간담회’에서 최근 한국 증시의 상승과 전망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주말까지 블룸버그가 집계한 주요국 지수 상승률 랭킹 5위에 올랐는데, 경제규모가 큰 나라 중에서 보면 압도적으로 1등”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성장률 전망치 하향이 멈춰졌지만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펀더멘털이 주가를 부양하고 있다고 보기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로 상법 개정 등과 같은 거버넌스 측면과 달러 약세를 두 개 축으로 꼽았다. 특히 연고점을 경신하던 코스피 지수가 3200대에서 박스권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원·달러 환율이 최근 다소 올랐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은 미국이 9월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 기대가 후퇴하면서 달러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두가지 요인이 환율을 떨어뜨리는 힘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달러 가치 하락이 두 축으로 미국의 재정적자 우려와 미란 보고서를 주목했다. 규제 완화와 감세, 재정지출 축소를 주장하는 경제적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정부의 집권시 재정적자가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김 센터장은 “경제적 보수주의자들이 감세를 해 재정수지를 개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역사적으로 감세했을 때 재정건전성이 좋아진 적이 없다”며 “공화장 집권시 오히려 재정적자가 많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스티브 미란 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한 미란 보고서에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환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역사적으로 환율은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시장에서는 과거 플라자 합의를 떠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플라자 합의로 과거 일본의 엔화 가치가 절상되면서 엔·달러는 250엔에서 120엔으로 급락하게 됐고 수출 타격을 극복하기 위해 내수 부양 정책을 펼치고, 결국 자산 버블이 형성됐으나 버블이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30년’의 결과로 이어졌다. 세계 각국은 제2의 플라자 합의를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센터장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경계심이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지금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2022년도 1440원까지 올랐으나 이듬해 미국 금리 정책 변화 기대감에 122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는데, 그 당시보다 미국의 무역 적자 해결 의지가 더 크기 때문에 더 떨어질 여력이 남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16조원을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했던 만큼 달러 약세는 비달러 자산 선호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과거 달러 약세기 한국 주식시장은 호황을 보였다.
달러 약세는 1970년대, 198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이루어졌는데 이 시기는 미국 재정수지 악화와 공화당 집권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1970년대 한국 증시는 중동건설 붐에 힘입어 연평균 28.9% 상승했고, 1980년대 후반에도 3저 호황을 계기로 연평균 58.8%의 가파른 성장을 기록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중국 고성장에 힘입어 연평균 23.6% 올랐다.
김 센터장은 “달러 약했던 3개 시기 모두 예외 없이 한국 증시는 상승장이었다”라며 “물론 과거에는 경제 활력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와 동일하게 비교하기 어렵지만 달러가 약해진다는 것은 미국 밖의 나라의 유동성 환경이 개선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투자에 있어 달러 가치 변화 임팩트가 역사적으로 컸고 앞으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며 “달러가 약해지면 미국 주식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해지는데 현재 미국 증시도 상승하는 모습인데 1980년대 후반처럼 성과 자체는 한국주식이 더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나 경제 성장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다면 한국주식의 가격 결정은 지배구조와 달러가치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센터장은 코스피 5000 달성과 관련해 “3000에서 5000으로 상승하는 것은 60% 오르면 되는데, 과거 강세장을 보면 연율로 20% 이상 올랐었고 5년이라고 치면 연율로 10.7% 오르면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10년간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이 연율 8% 정도 상승했는데 주식은 그만큼 못 올랐던 만큼 코스피 5000이 달성하지 못할 정도의 황당한 목표치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