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출처=연합뉴스]
지역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출처=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잇단 건설현장 인명사고를 직격하며 '산업재해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이다. 건설업 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제한 등과 같은 정부의 규제 압박 수위가 거세지면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산재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 다하겠다"고 공언하는 것과 달리 인명 사고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말뿐인 안전'에 그치는 모양새다. 

8일 업계 내용을 종합하면, 이달에만 건설현장 3곳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롯데건설(6일, 경남 김해 공동주택 건설현장) △대우건설(5일, 울산 북항터미널 공사현장) △GS건설(3일, 서울 성동구 청계리버뷰자이) 등 모두 10대 건설사가 시공하는 곳이다. 

범위를 지난 7월까지로 넓히면 근로자 사고 건수는 늘어난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광명~서울 고속도로건설현장에서는 근로자 1명이 감전사고를 당했다. 비슷한 시기 DL건설 경기 의정부 신곡동 아파트 현장에선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 기업들은 모두 사고 발생 후 사과문을 내고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께 깊고도 무거운 애도의 뜻을 표하고,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향후 안전한 현장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사고가 짧게는 매주, 길게는 매년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끼임 △추락 △깔림 등 현장에서의 사고 발생 경위나 형태도 매번 비슷하다.

사고 발생 때마다 건설사들은 △안전관리비용 확대 △중대재해근절 TF 창설 △안전 실무 교육 확대를 통해 안전경영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발표한다. 하지만, 사망사고가 되풀이되면서 건설사의 '안전 신뢰도'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현장 변화? '글쎄'"

근로자들은 건설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서류상 안전 점검은 늘었지만, 안전관리자는 현장 인력 부족 탓에 과도한 업무를 여전히 떠안고 있는 데다, 공기 단축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시공현장 분위기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로 꼽았다. 정부는 면허 취소·공공공사 입찰 제한·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제재를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은 수차례 동일한 사고 전력이 있음에도,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처분을 받아왔다는 지적이다.한 근로자는 "대기업 건설사조차도 '하청-재하청 구조' 속에서 안전 책임이 분산되고 희석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며 "실질적인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발주처-원청-협력업체가 함께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려면 △하청업체와의 계약 시 안전비용 의무 반영 △실시간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 확대 △위험작업 중지권 보장 △안전관리자 인력 법정 기준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전문가는 "건설업의 '안전'은 선언적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현장 실행력으로 입증돼야 한다"며 "단순한 사과문 발표와 재발방지 약속으로는 더 이상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노동자 생명을 지키는 안전관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장기적으로는 건설사 생존을 좌우할 핵심 요소"라고 짚었다.

이어 "정부의 건설업 면허 취소, 공공입찰 제한 등과 같은 규제 압박이 사고 줄이는 방안으로 생각되지만, 더 세밀한 면을 들여다 봐야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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