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중국인 방문객이 1년 전보다 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한·중 관광 교류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전격 시행하며 관광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은 52만5396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45만1496명)보다 16.4% 증가했다. 다만 휴가철 효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던 지난 8월(61만3177명)보다는 적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 세 명 중 한 명이 중국인이었다. 당시 중국인 방문객은 60만5000명으로, 1월(36만4000명) 대비 1.7배 늘었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57만8000명)보다 많았다.

명동과 홍대 등 주요 상권은 중국 '황금연휴' 기간 내내 북적였고 알리페이 행사나 중국어 안내 인력 등 관광객 맞이 준비도 활발했다.

정부는 지난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3인 이상 중국 단체관광객에 한해 최대 15일간 비자 없이 한국에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관광상륙허가제' 시범 시행으로 크루즈 단체 관광객도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게 됐다. 팬데믹 이후 위축된 한·중 관광을 되살리고 내수를 부양하려는 조치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은 883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은 253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무비자 조치로 연말까지 외국인 방문객 2,000만 명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중국 단체관광객 100만 명이 추가 입국할 경우 GDP가 0.08%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광업계와 유통업계는 무비자 시행에 맞춰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맞춤형 마케팅에 돌입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사은품 증정행사를 열고, 면세점들은 중국인 선호 브랜드 중심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확대했다.

CJ올리브영은 명동·강남 등 핵심 상권 매장에 '올영 세일' 수준의 재고를 확보했고, GS25와 CU는 알리페이 등 간편결제 시스템을 강화했다. 호텔신라의 중국인 멤버십 가입자는 전년 대비 200% 이상 증가했으며, 신세계면세점은 중국 대형 유통사와의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무비자 시행 첫날 인천항에는 톈진동방국제크루즈 '드림호'가 입항하며 활기를 띠었다. 신라면세점은 국경절 연휴 기간 서울·부산·제주점에 약 1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제도 시행 초기라 무비자 입국 신청자는 아직 많지 않다. 9월 29일 기준으로 10월 12일까지 무비자 입국을 신청한 중국 단체 관광객은 329명에 불과했고, 이 중 국경절 연휴 기간 입국 신청자는 135명이었다.

여행업계는 "제도 시행 시점이 늦어 단기간 내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단체관광객 유입이 단기적으로 방문객 수를 끌어올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광 콘텐츠의 질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싱가포르는 중국인 무비자 제도 도입 후 1년 만에 관광객이 124% 증가했지만 동시에 프리미엄 관광 서비스 투자를 확대해 재방문율을 높였다.

한국도 강제 쇼핑, 과도한 일정 등 부정적 사례를 개선하고, 고소득층 개별 관광객을 유도할 수 있는 고품질 서비스 확충이 필요하다. 또한 중국 관광객 비중이 과도하게 커질 경우 시장 편중이 심화될 수 있어 동남아·중동 등 다른 지역과의 관광 다변화 전략도 중요하다.

결국 한국 관광산업이 팬데믹 이전의 정점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이번 무비자 정책의 실질적 성과에 달려 있다.

정부와 업계가 중국 단체관광객을 안정적으로 유치하고 체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성공한다면 2025년은 'K관광'이 다시 세계 무대 중심으로 복귀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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