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제롬 파월이 금리 인하를 발표한 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화면에 나오는 가운데, 한 트레이더가 작업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4291_702081_4147.jpg)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은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정부 셧다운으로 주요 경제지표 접근이 막힌 가운데 연준 내부에서는 인하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연준은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3.75~4.0% 범위로 조정했다. 이는 지난 3년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5.4%까지 유지됐던 고금리 기조에서 완화로 전환한 이후 두 번째 인하다.
이번 조치는 고용 둔화에 따른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연준 내부에서는 향후 인하 폭과 속도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12월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foregone conclusion)로 여겨지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그런 일은 결코 아니다(Far from it)"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원회 내에서 추가 인하의 필요성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은 이번 금리 인하를 10대 2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스티븐 미런 이사는 0.5%포인트의 대폭 인하를 주장했다.
현재 한 달째 이어지는 미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노동시장 등 핵심 경제 데이터 발표가 중단되면서 연준은 사실상 '데이터 블랙아웃(data blackout)' 상태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했다.
파월 의장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신중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다"며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확실히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무리한 인하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윌리엄 잉글리시 전 연준 고문(현 예일대 교수)은 "연준은 9월 이후 새로운 데이터를 거의 확보하지 못했다"며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 부족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오는 12월 1일부터 약 3년 반 동안 이어온 대차대조표 축소(QT)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팬데믹 시기 경기 부양을 위해 매입한 6조6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축소하던 정책을 멈추는 것으로, 금융시장 유동성 부족 신호가 반영된 결정이다.
다만 주택저당증권(MBS) 매각은 계속 진행하되 만기 도래 자산은 단기 국채로 대체하기로 했다.
연준의 정책 기조는 여전히 고용시장 둔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월평균 일자리 증가는 최근 3개월간 2만9000개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는 1년 전의 8만2000개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둔화가 노동 수요 약화보다는 이민 감소 등 노동 공급 축소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를 지낸 제임스 불러드는 "이제는 매달 5만 개 정도의 일자리 증가만으로도 실업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연준이 이런 변화된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준 내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2%)를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완화정책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BNY 인베스트먼츠의 빈센트 라인하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셧다운으로 데이터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인하를 멈추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준은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진 속도를 늦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시장은 여전히 12월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주식시장 상승세와 소비 지출 확대가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된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불러드는 "12월 금리 인하는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불확실하다"며 "최근 비농업 고용 둔화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