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2025년 10월 2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발표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2025년 10월 2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발표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9∼10일(현지시간) 열리는 통화정책회의(FOMC)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들의 발언이 잇따르면서 금리 동결 가능성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일부 위원들은 여전히 추가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3일 피츠버그에서 열린 대담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2%)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다소 긴축적인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금리를 현 수준 부근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맥 총재는 "현재의 통화정책은 약간 긴축적일 뿐"이라며 추가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을 지적하며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맥 총재는 내년부터 FOMC 투표권을 갖게 돼 월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알베르토 무살렘 총재 역시 "통화정책은 신중해야 하며, 재정정책과 과도하게 보조를 맞출 필요는 없다"며 "추가 완화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12월 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다.

반면 일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위원들은 여전히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10월 회의에서 0.50%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현재처럼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고용 간 균형을 고려할 때 금리를 당분간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도 "최근의 금리 인하는 약화된 고용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신중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들어 단행된 두 차례 금리 인하를 "필요한 완화"로 보지만, 추가 인하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으로 주요 경제통계 발표가 지연되거나 왜곡되면서 연준은 금리인하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 셧다운 해제 이후 일부 고용·물가 지표가 불확실하게 집계되자, 연준은 통화정책 경로를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백악관은 "10월 CPI와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발표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며 셧다운의 영향이 광범위하다고 전했다. WSJ은 "셧다운으로 데이터 기반 논의가 불가능해지면서 연준 내 이견이 더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롬 파월 의장 체제 8년 동안 이렇게 극명한 내부 분열은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연준 내에서는 인플레이션 재점화 위험과 고용 둔화 리스크 중 어느 쪽을 더 심각하게 볼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9월과 10월 연속 두 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 이후, 일부 매파 위원들은 "3회 연속 인하는 불필요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파월 의장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12월 추가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도 내부 균열을 조정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3일 기준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48%,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52%로 각각 반영됐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동결 가능성은 30% 수준이었으나, 잇따른 매파적 발언으로 동결 기대감이 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셧다운 종료 후 경제지표가 정상화되면 연준의 논쟁이 일시적으로 정리될 수 있으나, 완전한 합의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연준의 분열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무역과 이민정책 변화가 스태그플레이션적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연준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준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WSJ 기자는 "셧다운이 끝나더라도 연준의 내부 분열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논의는 단순한 데이터 해석이 아니라 앞으로 몇 달간 닥칠 위험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다음 행보는 데이터보다 정치·심리적 판단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며 "12월 회의는 파월 체제 이후 가장 어려운 결정을 앞둔 회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