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10월 고용·물가 지표, 셧다운 여파로 공개 불가 가능성"

미국 백악관이 10월 고용 및 물가 관련 주요 정부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장기화된 정부 셧다운으로 통계 수집이 불가능해져 경기 판단의 핵심 지표들이 '영구 손실'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10월 고용보고서와 물가지표가 '사실상 영원히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요한 시기에 정책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셧다운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며 "이번 사태가 경제학자, 투자자, 연준 정책결정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셧다운은 6주 이상 지속되며 노동통계국(BLS)의 통계 발표를 사실상 마비시켰다. 월가와 정책당국이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데 필수적인 공식 지표들이 중단된 것이다.

노동통계국은 주요 보고서의 발표 일정이나 복구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BLS 대변인은 “현재 언제 정상화할 수 있을지 답변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리빗 대변인은 앞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지연될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10월 고용보고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셧다운으로 연준의 정책 판단이 한동안 '데이터 블라인드'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월간 고용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 가운데 시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료다. 공식 데이터 부재로 인해 투자자들과 경제학자들은 민간기관이 집계한 대체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

민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고용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의 백오피스 인력 감축으로 해고가 늘어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유예됐던 공무원들의 사직이 10월에 일괄 반영되면서 실업률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식 통계가 마지막으로 공개된 8월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4.3%, 신규 고용은 2만2000명으로 올해 들어 고용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된 모습이다.

BLS는 정부 재가동 직후 9월 고용지표를 우선 공개할 계획이다. 해당 데이터는 셧다운 전 수집된 것으로, 원래는 10월 3일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10월 데이터는 통계 수집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복원 가능성이 낮다. 기업에서 직접 제공한 일부 자료는 활용할 수 있지만, 가계 설문조사나 전화 인터뷰를 통한 고용통계는 사실상 재구성이 어렵다.

물가 지표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물가조사원들이 현장 조사를 하지 못해 실제 소비자 가격을 소급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 노동통계국장 에리카 맥엔타퍼는 "11월 중순에 코스트코에 가서 10월 가격을 확인할 수는 없다"며 "10월 물가 보고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셧다운은 이미 예산 부족과 정치적 간섭으로 어려움을 겪던 노동통계국에 추가적인 타격을 입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리한 경제지표 발표를 이유로 맥엔타퍼 국장을 해임한 바 있다.

과거에도 셧다운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장기화되거나 BLS가 완전히 운영 중단된 사례는 드물었다.

인플레이션 인사이트(Inflation Insights)의 오마이르 샤리프 애널리스트는 "BLS가 제한된 표본이라도 최대한 10월 CPI를 산출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지만, 백악관의 공식 입장으로 사실상 10월 지표 공백은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