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200'의 중국 수출 허용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7941_706332_2221.jpg)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의 중국 수출 허용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한국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참모진이 최근 H200 판매 재개를 두고 비공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H200은 2023년 출시된 모델로 엔비디아 최신 칩인 블랙웰(B100·B200) 직전 세대에 해당한다. 현재 중국 수출이 허용된 H20 대비 성능이 크게 높고, 기존 H100보다도 약 1.4배 향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H20은 H100의 20~30% 수준에 머문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부터 H100·H200 등 고성능 AI칩 수출을 금지해 왔으며, 이후 엔비디아는 규제 기준에 맞춘 저사양 모델(H20)을 중국 시장에 공급해왔다. 그러나 올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 이 저사양 칩조차 일시적으로 통제됐다가 재허가된 바 있다.
외신들은 다만 "최종 승인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논의 방향에 따라 실제 허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 의회와 행정부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대 기류가 강하다는 점도 변수다.
블룸버그는 "여야 의원들이 첨단 AI 칩의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며, 행정부 내부에서도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의견이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논의 흐름에는 엔비디아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우려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꾸준히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효과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 반도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이 자국 반도체 자립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실제 중국 정부는 H20에 대해 판매 허용 조치가 있었음에도 자국 기업들에 사용 제한 지침을 내린 바 있고,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설계한 AI칩이 이미 H20 성능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결과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은 수십조 원 단위의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H200 판매가 허용될 경우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수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H200은 엔비디아 칩 가운데 처음으로 5세대 HBM(HBM3E)을 탑재했다.
최근 엔비디아의 HBM3E 품질평가를 통과한 삼성전자와 주요 공급사인 SK하이닉스는 판매 확대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은 대부분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만큼 공급망 확대는 국내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크다.
한편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 부과 계획도 자국 기업 부담을 우려해 미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반입되는 반도체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외신들은 행정부가 이 조치를 연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TSMC·삼성전자 등의 생산 능력만으로는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고, 오픈AI·구글·아마존 등 대형 IT 기업들이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H200 관련 논의는 미국의 AI 반도체 통제 정책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 기술 부상·미국 내 공급망 부담·자국 기업 경쟁력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며 정책 기류가 변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