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에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 연합뉴스
경기 침체 속에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꺼져가던 연말 특수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국 불안으로 잠시 멈췄던 마케팅 활동이 다시 속도를 내면서, 소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각종 행사와 프로모션이 잇따를 전망이다. 업계는 연말연시의 소비 붐을 통해 위축된 매출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백화점업계는 올해 마지막 성수기인 연말 특수를 잡기 위해 대형트리,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크리스마스 마켓, 빌리지 조성 등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이며 소비자 이목 끌기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연말 100만명에 육박하는 국내외 방문객들이 찾은 본점에 미디어 파사드를 재단장했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농구장 3개 크기인 1292㎡에 달하는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공공장소나 상업 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 ‘신세계스퀘어’에서는 아나몰픽 기법을 입힌 크리스마스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내방객은 지난 주말 평균 20만명, 월요일인 16일에만 15만 명이 몰렸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20일 야외 광장에 설치한 '크리스마스 마켓'의 지난 15일까지 누적 방문객 수는 25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빠른 수치다.

더현대서울에서는 크리스마스 테마 마을 ‘H빌리지’를 조성해 360도 회전하는 8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높이 7m, 너비 5m의 열기구 모형 에어벌룬, 대형 서커스 텐트를 선보였다.

대형 마트들은 연말 홈파티 수요를 노려 그로서리 집중 할인을 하는 한편 내년 설 대목까지 준비 중이다. 이마트는 연말까지 12월 '가격파격 선언' 행사로 신선식품 할인을 이어간다.

롯데마트는 오는 18일까지 한우 등심 등을 회원가 기준 60% 할인하는 '스노우 윈터 페스타'를 진행한다. 홈플러스는 대표 연말 세일인 ‘홈플대란’을 진행하고 있다. 

한 해 매출을 결정하는 특수를 챙기기 위해 유통업계가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소비심리가 단기간에 살아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티맵과 메리츠증권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3사(신세계·롯데·현대)의 차량 이동량은 비상계엄 이전 일요일인 11월 24일과 12월 1일에 전년 대비 각각 -10%, -11% 감소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이후인 12월 8일과 15일에는 감소 폭이 더 커져 각각 -26%, -18%로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심리가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월 102.7에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94.3으로 하락했으며, 2017년 1월에는 93.3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2017년 3월(97.0)에서야 반등 흐름을 보였고, 2017년 4월(101.8) 100을 넘어섰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로 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가면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가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 속 부정적인 소비심리가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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