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 사고로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인 애경그룹 전반에도 이미지 타격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공=연합]
제주항공이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 사고로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인 애경그룹 전반에도 이미지 타격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공=연합]

제주항공이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 사고로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인 애경그룹 전반에도 이미지 타격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신흥 ‘믿을맨’으로 떠오르고 있던 항공 산업 자체에 성장 제동이 걸리게 된 데다, 유통가에선 ‘애경 불매’ 조짐도 포착됐다.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동체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외벽 담장과 정면충돌한 뒤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체 후미 비상구 쪽에 있던 남·여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전원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제주항공은 지난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현재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가 지분 50.3% 보유로 1대 주주에 자리함에 따라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론은 제주항공뿐만 아니라 애경그룹 전체로 번져나가고 있다.

최근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외 주요 계열사 사업 전반이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 곳은 지난 2020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꾸준히 순손실을 확대 중인 AK플라자며 올해까지도 AK홀딩스의 자금 대여, 유상증자 등 현금 지원이 이어졌다.

애경산업 역시 주요 해외 시장인 중국의 내수 경기침체 장기화로 실적 부진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화학 계열사 3사(애경유화·AK켐텍·애경화학)를 통해 설립된 애경케미칼의 경우 합병 3년을 맞았지만 성장 동력 부재에 허덕이는 중이다.

반면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시기까지만 해도 그룹의 자금 지원으로 간신히 버티는 형편이었지만 수년 새 그룹을 뒷받침할 만한 신흥 ‘믿을맨’ 계열사 위치로 올라오고 있었다.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중·단거리 노선에서 빠르게 재운항에 나선 데다, 신규 취항을 과감히 단행하며 그간 억눌려있던 여행 수요를 흡수한 덕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계열사별 연결 영업이익에서도 제주항공(1698억원) 수익이 애경산업(619억원)과 애경케미칼(451억원)을 합친 것보다 많았을 정도다.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점차 그룹 내 제주항공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었지만, 이번 사고 발생으로 오히려 제주항공을 두고 그룹 전체가 머리를 싸매야 하는 실정이 됐다.

일단 앞서 AK홀딩스가 내놓았던 항공산업 관련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목표 달성도 불확실해졌고 당장 사고 수습 및 유족 지원 등 과정에도 거금 들어갈 예정이다.

AK홀딩스는 지난 12일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취항노선 61개, 탑승객 1230만명을 돌파한 제주항공 등 항공 산업을 향후 적극 육성할 것이란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참사로 애경그룹 전체에 대한 이미지 타격은 물론 항공산업 성장 동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통 등 계열사 전반으로 후폭풍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커뮤니티를 통해서는 이미 애경산업 생필품 제품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포착됐다.

사안의 중대성 때문인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도 전날 직접 나서 사고와 관련해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께 사과했다. 1936년생으로 올해 88세인 장 회장이 신년사 외 공개적인 목소리를 낸 건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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