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기 사고 무안공항의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연합] 
제주항공기 사고 무안공항의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연합] 

제주항공 참사 원인을 두고 '인재(人災)'라는 가능성에 무게를 둔 의혹이 하나씩 제기된다. 참사의 시작점이 재난에 가까운 조류 충돌로 가정하고 있지만, 인명피해를 키운 배경에 집중해 진상규명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의 외벽 앞 구조물 ‘로컬라이저’, 활주로 길이, 조류 퇴치 전담 인력 부족 등이 제주항공 참사의 인명피해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우선 무안공항의 외벽 앞 ‘로컬라이저’ 설치 방식의 문제점이다. 이번 참사의 대규모 인명피해로 주목받고 있는 구조물이다. 로컬라이저는 착륙 유도 안전시설로 방위각 시설로 불리며, 활주로의 중앙과 수직을 이루도록 배치된다.

참사는 로컬라이저 고정에 콘크리트를 사용하면서다. 사고기가 부딪친 둔덕의 겉모습만 보면 단순한 흙더미 같지만, 이 둔덕 안에는 콘크리트 기둥 19개가 박혀있다.

지난 2023년에는 구조물 개량공사를 통해 콘크리트 상판을 얹었다. 콘크리트 상판은 가로 42미터, 세로 4.2미터, 두께는 30센티미터다. 이에 로컬라이저 둔덕은 장벽처럼 단단해졌다.

국내와 다르게 해외에서는 로컬라이저 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제 대신 강도가 약한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추세다. 항공기의 활주로 이탈 사고를 우려해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실제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둔덕 너머에는 항공기가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존재했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었더라면 비행기는 동체 착륙일지라도 외벽을 넘어 무리 없이 멈췄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항공 전문가들도 해당 구조물이 많은 목숨을 앗아간 주원인이라 단정할 순 없지만 아쉬움이 남는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부는 당초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이 규정상 문제가 없으며 해외 공항에도 유사한 구조물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관련 규정과 실제 해외 공항 사례에 대한 반론이 제기됐다. 국토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주요 선진국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빠른 시일 내 별도로 설명하겠다"고 설명했다.

활주로 길이, 조류 퇴치 사전 경고도 진상규명 대상이다. 무안공항의 같은 활주로라도 이착륙 방향이 반대인 19번 활주로는 착륙이 시작되는 시점에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착륙 가용거리는 300m 줄어든 2500m로 운영됐다. 01번 활주로로 착륙했다면 속력을 줄일 수 있는 거리가 약 300m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조류 충돌도 피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지기 열흘 전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 조류 충돌 문제에 대한 경고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회의에는 제주항공은 불참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러 영상과 증언을 종합해보면 이번 참사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며 “아직 국내 지방공항에 콘크리트 로컬라이저가 배치돼 있는데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하루빨리 조치를 취해야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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