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13년 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제정됐지만, 정작 전통시장 활성화는 없고 대형마트는 힘들어진 상황이다. 유통법 사각지대에서 활개를 친 e커머스와 식자재마트만 반사이익을 보면서 사실상 유통법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 특히 이번에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유통법 개정 논의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편집자주>
![전통시장 모습.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3970_666790_4933.jpg)
유통법이 시행된 13년이 지났지만, 당초 입법 취지는 사라지고 부작용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2023 전통시장·상점가 점포경영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수는 1393개(2023년)로 조사됐다.
2021년 1408개인 전통시장은 2022년 1388개로 줄었다가 지난 2023년 소폭 증가했다. 총 점포 수는 22만6995개로 2022년보다 5211개 감소했다. 종사자 수도 하락세다. 총 상인 수는 30만8597명으로 1년 전보다 7618명 줄었다.
유통업계에서 전통시장의 입지도 쪼그라들었다. 실제 통계청 유통시장 소매업태별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2013년 전통시장 점유율은 14.3%를 기록했지만, 8년 새 5.6%포인트(p) 감소한 8.6%에 불과하다.
대형마트도 유통법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마트 3사의 최근 5년간 점포 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413개, 2021년 408개, 2022년 402개, 2023년 397개, 2024년 391개 등으로 매년 폐점 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홈플러스는 2015년 142개로 정점을 찍었지만, 2019년부터 점포 수가 줄다 결국 지난해 기준 127개 점포만 운영 중이다.
■ 온라인에 자리 뺏긴 대형마트
![서울의 한 대형마트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3970_666791_5223.jpg)
유통법 핵심인 ‘월 2회 공휴일 의무 휴업’, ‘새벽배송 제한’ 등이 대형마트 업황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빈자리는 e커머스와 식자재마트가 채웠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제쳤다.
온라인 유통 매출 비중은 치근 5년 새 9.4p 상승했다. 2019년 전체 41.2% 수준이던 온라인 유통 매출 비중은 2020년 46.5%로 상승했다. 2022년에는 49.2%까지 치솟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소비 패턴이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진 셈이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은 2019년과 2020년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엔데믹 전환과 함께 8.9%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온라인 유통과 격차를 좁혔지만 2023년에는 3.7%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주요 유통 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 8.2% 상승했다. 이중 오프라인과 온라인 업체 매출은 각각 2%, 15% 상승해 온라인 업체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식자재마트 공세도 매섭다. 2021년 기준 전국 식자재마트는 총 1743개가 운영됐다. 현재는 이보다 늘어 2000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대형마트 3사 매장 수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이다.
국내 1위 식자재마트는 식자재왕 마트 매출은 지난 2020년 4545억원에서 2023년 8936억원으로 3년 만에 2배가량 늘어났다. 장보고 식자재마트는 2013년 1576억원에서 2023년 4528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세계로 마트도 2013년 560억원에서 2023년 1252억원으로 늘었다.
■ 유통법 사각지대 '식자재마트' 폭풍 성장
![유통규제 10년, 전문가 의견 조사 [출처=대한상공회의소]](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3970_666795_5414.jpg)
식자재마트 성장 배경에는 유통법이 있었다. 식자재마트는 사실상 준대규모 점포지만, 매장 면적이 3000㎡ 이상 대형마트가 아닌 데다 대형마트가 개설한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아닌 만큼 유통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다. 아울러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도 받지 않고 의무 휴업일을 두지 않아도 된다.
유통법 시행 10년을 맞아 대한상의가 실시한 ‘유통규제 10년,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로 인한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를 묻는 말에 76.9%가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수혜 업태 인식’에 관한 질문에 대해선 58.3%가 ‘온라인 쇼핑’을 꼽았다. 식자재마트, 중규모 슈퍼마켓, 편의점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 중 83.3%는 ‘대형마트 규제 폐지 또는 완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현행 수준 유지’는 16.7%에 그쳤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프라인 대형마트는 영업과 온라인 배송, 출점 규제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시장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오프라인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는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통시장 활성화와 대형마트 규제와 상관관계가 높으면 좋지만, 사실 상관관계가 없다”면서 “전통시장은 차별화를 해야 하고 오프라인 유통기업도 활로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동병상련’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 트렌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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