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이 탄생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지 22년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번 국산 블록버스터 1호의 탄생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편집자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전경. [제공=유한양행]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전경. [제공=유한양행]

지난해 8월 국산 신약 31호로 허가받은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으며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국산 항암제 중 처음으로 연매출이 1조원이 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미국 이어 유럽·아시아까지 진출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유한양행의 연결기준 매출액(잠정)은 전년 동기 대비 11.2% 늘어난 2조678억원을 기록하며 전통 제약사 가운데 첫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매출 상승은 폐암 신약 렉라자의 FDA 허가에 따른 라이선스 수익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렉라자는 2015년 7월 유한양행이 제노스코사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물질 최적화와 공정개발, 그리고 비임상 및 임상연구를 통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이후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얀센(Janssen)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렉라자의 공동 개발 및 상업화를 추진해왔고, 국내에선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단독 요법으로 국내 최초 국산 폐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특히 지난해 8월 렉라자와 얀센의 항암제 ‘리브레반트’ 병용 요법이 FDA로부터 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되면서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6000만 달러(한화 약 870억원)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은 바 있다.

렉라자 개발 타임라인. [제공=유한양행]
렉라자 개발 타임라인. [제공=유한양행]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된 만큼 매출 증가도 기대되는데, 국산 항암제 중 처음으로 단일 제품 매출 1조원이 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한양행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렉라자에 대해 얀센으로부터 로열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렉라자 병용요법이 미국에 이어 작년 12월 유럽에서 시판 허가받은 후 최근 영국과 캐나다에서도 판매 허가를 받았다. 현재는 아시아권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일본에서 품목허가 권고를 받았고, 중국에서도 허가를 신청한 상태로 올 하반기면 일본, 중국으로도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한편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해주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 전망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한화 약 44조원)로 추산된다. 이 중 비소세포폐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에 이른다.

◆ 치료 미충족 수요 해소 나선 유한양행, 글로벌 진출 견인차

렉라자는 방사선·화학요법인 1세대 항암제와 암세포만 표적 하는 2세대 항암제를 넘어서는 3세대 EGFR TKI(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로 개발됐으며, 돌연변이(T790M)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환자 치료시 2차 약제로 활용된다. 또한 EGFR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L858R) 치환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도 사용된다.

특히 렉라자는 뇌혈관 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과 뛰어난 내약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 중앙 검토(ICR) 기준으로 렉라자 240mg 용량군에 배정된 측정 가능한 뇌전이가 확인된 환자를 분석해본 결과, 렉라자의 두개강 내 객관적 반응률은 85.7%로 두개강 내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26개월로 확인됐다.

이처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작용 기전으로 비소세포폐암 치료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고 나선 배경에는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정신이 현재까지도 기업 이념으로 유지되고 있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유한양행 창업자 故 유일한 박사. [제공=유한양행]
유한양행 창업자 故 유일한 박사. [제공=유한양행]

고(故) 유일한 박사는 창업 당시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라는 이념을 강조했으며, 유한양행은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우수한 의약품을 생산해 국민의 건강과 행복 증진, 나아가 인류 보건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유한양행은 2023년 6월 30일 렉라자의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로 확대 허가 받고 난 이후 보험급여 적용 시점까지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을 실시했다. EAP는 전문의약품이 시판 허가된 후 진료 현장에서 처방이 가능할 때까지 동정적 목적으로 해당 약물을 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한편 유한양행은 제 2 렉라자 발굴을 위해 R&D(연구개발) 중심의 과감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유한양행은 매년 전체 매출의 약 20% 이상을 R&D 비용으로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R&D 비용에만 2711억원을 집행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성공은 향후 다른 제약사들의 글로벌 진출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글로벌 진출로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만큼 향후 다른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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