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출처=연합]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출처=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묵은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지만, 재계 전반에에는 법적 불확실성이 '현재진행형'으로 드리워져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 주요 총수들이 각각 민사 소송·형사 재판·특검 수사에 연루돼 있어 경영 안정성에도 적잖은 부담이 남아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등의 혐의에 대해 상고를 기각, 1·2심의 무죄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2020년 9월 재판이 시작된 이후 약 4년 10개월 만이자, 2심 판결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이번 판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경영권 승계 목적의 불법행위였는지를 두고 진행된 마지막 사법 판단으로,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줄곧 이어져 온 형사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게 됐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이 그룹 미래전략실을 통해 시세조종·회계부정 등 불법 행위에 개입했다고 보고 2020년 9월 기소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 목적만으로 추진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관련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2심에서 이 회장의 혐의 입증을 위해 애썼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대법원 상고가 무리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대법원 역시 사실심의 판단을 유지하며 9년간 채워진 족쇄를 풀어줬다. 

재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 회장이 글로벌 대외 활동,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간의 지배구조 개편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와 달리, 다른 주요 총수들은 사법 리스크의 중심에 서 있다.

대법원은 조만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당초 계엄 상황 여파로 선고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국이 안정되면서 판결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종심의 핵심 쟁점은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재산 분할액 산정 과정이 합리적이었는지 여부다. 특히 노소영 관장 측이 자신도 최태원 회장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가 주목된다.

조현범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조 회장은 회사 자금을 지인 회사에 사적 목적으로 대여한 혐의, 법인 카드의 사적 유용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출처=HS효성]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출처=HS효성]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이른바 '김건희 집사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조 부회장은 21일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 투자 관련 경위를 조사받을 예정이다.

특검팀은 IMS모빌리티에 약 184억 원 규모의 투자가 유치된 과정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효성그룹 계열인 △더클래스효성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효성토요타 등 4곳은 사모펀드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총 3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계열사는 모두 조 부회장이 효성그룹 재직 당시 주도한 자동차 유통 사업군으로, 현재도 HS효성 산하 핵심 계열사다.

대기업들이 모여있는 서울 광화문 시내 전경
대기업들이 모여있는 서울 광화문 시내 전경

일각의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IMS모빌리티 관련 사모펀드(PEF) 투자 건에 대해, 특검 주장이 곳곳에서 논리적 비약을 드러내고 있다며, 당시 오아시스가 50곳이 넘는 기관투자가에게 동일한 조건의 투자 제안을 한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 등 이른바 '세 모녀'와 약 2조 원대에 달하는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해당 사건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심리가 이뤄지고 있으며, 변론준비 절차만 1년 9개월가량 이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무죄 확정은 기업의 사법 리스크 해소가 투자와 M&A, 지배구조 개편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준 사례"라면서도 "반대로 다른 총수들의 사법 리스크는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