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6일 비가 내리는 서울 명동거리를 우산을 쓴 채 지나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617_689759_5557.jpg)
정부가 오는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약 9개월간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한시 허용하기로 하면서 국내 관광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7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9년 기준 연간 600만명 이상이 한국을 방문한 최대 방한국이다. 단체관광 유입은 관광업 전반의 불씨를 되살릴 핵심 요인으로, 숙박·외식·운송뿐 아니라 쇼핑·콘텐츠 산업·지방경제 활성화 등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중소호텔과 관광지는 가장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제주, 강원, 전북 등은 중국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50% 이상으로 객실 가동률과 지역 소상공인 매출 회복에 단비가 될 수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중국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와 객실 연동 협의를 재개했고, 일부 중저가 호텔은 이미 추석 이후 단체 예약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에 발맞춰 지역 맛집 연계, 관광지 투어 패키지 구성, 다국어 서비스 정비 등 준비에 나섰다.
지자체들도 관광 콘텐츠를 단순 관광에서 ‘체험형 +지속형’으로 개편하고 있다.
일례로 경주시는 중국 국경절(10월 1~7일) 황금연휴를 맞아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겨냥해 시내 야경 투어, 불국사 야간개장 등 테마형 콘텐츠 확대에 돌입했다.
강릉시는 한류 콘서트, 대표 전통 상권인 중앙시장 인근에 자리한 CJ올리브영의 복층 매장 ‘강릉타운’ 등에서 K-뷰티 체험 마케팅을 통해 MZ세대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이처럼 지방 관광이 ‘공항→호텔→쇼핑’의 단순 루트를 넘는 전략적 기획형 관광지로 전환되고 있는 흐름이 주목된다.
중화권 OTA(온라인 여행 중개 플랫폼) 플랫폼들의 반응도 발 빠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트립닷컴(Trip.com)그룹은 상품과 마케팅 양측에서 맞춤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트립닷컴은 장년층, 자녀 동반 가족, 기업 단체 등 다양한 고객 유형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 상품을 고도화하고 있다.
대표 상품으로는 서울과 제주를 아우르는 전통적인 6일 투어, 레고랜드를 포함한 가족 여행 패키지, 골프와 온천을 결합한 프리미엄 기업 단체 상품 등이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무비자 정책 시행 시점에 맞춰 조기 프로모션을 선제적으로 운영하고, 사전 고객 유치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국경절을 겨냥해 온·오프라인 리테일 채널을 모두 활용한 집중 마케팅을 실시하고, 중국 내 신흥 1선 도시 여행객을 핵심 타깃으로 설정해 수요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생활·결제 플랫폼 ‘메이투안(Meituan)’, 온라인 여행사 ‘취날(Qunar)’ 등도 무비자 소식 직후 방한 카테고리의 패키지 노출 빈도를 2배 이상 확대했으며, 특히 메이투안은 라이브커머스 여행방송으로 한국 관광을 집중 홍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취날은 서울·제주 호텔 실시간 예약 연동률을 3개월 전 대비 42% 증가시켰다. 이는 OTA 기반 단체상품 유입이 비즈니스 관광·자유여행과 함께 3축 중 하나로 재정립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는 10월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주요 회의장으로 사용될 화백컨벤션센터(HICO) 전경. [출처=경주시청]](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617_689760_5636.jpg)
정부는 ‘관광 활성화 미니정책TF’ 회의를 통해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산업의 입국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패스트트랙 제도 정식화도 병행하기로 했다. 기존 500명 이상 참가 국제회의에만 제공되던 혜택을 300명 이상으로 완화했으며, 내년부터는 일시적 제도가 아닌 정식 제도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오는 10월 31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외교·경제·산업 주요 인사 유입을 기점으로, 비즈니스 관광의 파급 효과를 지역 MICE 클러스터와 연결하는 전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무비자 정책이 단순히 ‘단체 관광 유인’에 머무르는 게 아닌 관광업을 산업 생태계의 한 축으로 복원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구조적 시도로 풀이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관광을 소비가 아닌 ‘산업’ ‘일자리’ ‘문화 확산’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전략이 자리 잡을 때, K-관광은 단기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