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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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연체채권 정리를 위한 '배드뱅크(Bad Bank)' 설립이 매입가율 협상을 둘러싸고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소각 연체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부업권의 반발이 극심해 매입가율 협상이 핵심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배드뱅크를 공식 출범시키기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캠코는 지난 1일 이사회를 열어 장기 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과 자본금 출자 안건을 의결했다.

이어 삼일회계법인 컨소시엄을 자문사로 선정해 채권 가격의 공정가치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캠코는 이달 중 SPC 형태로 배드뱅크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연체채권 평균 매입가율에 대한 금융사와 정부의 이견차가 크다는 것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장기 연체채권이라도 매각 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높은 가격을 원한다. 반면 정부는 매입 가격이 높아질수록 투입해야 할 예산이 불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낮은 수준을 고수하는 입장이다.

소각 대상 채권을 대거 보유한 대부업계가 당국이 검토 중인 평균 5% 매입가율이 "터무니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배드뱅크가 매입할 대상 채권(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규모는 캠코, 서민금융진흥원이 절반을 넘고 대부업체가 2조236억원으로 금융사중 가장 많다.

그 뒤로 △카드사(1조6842억원) △은행(1조864억원) △상호금융(5400억원) △저축은행(4654억원) △캐피탈(2764억원) △보험(7648억원) △금융투자(17억원) 등이다.

통상 대부업권은 자체 채권추심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추심업체의 보통 부실채권 매입가율이 20~30%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대부업자의 최초 채권 매입가율은 평균 29.9%에 달했다.

이 채권을 일괄 5% 매각할 시에는 큰 손실을 감수해야한다는 게 대부업권의 주장이다. 예컨대 채권가액이 100만원이면 대부업체는 이를 29만원에 사 30만원에 되팔아 이익을 내왔다. 이런 채권들을 정부가 5만원에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평균 5%이기 때문에 레인지가 있어 그렇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말하는데, 사실 여기에 대해서 입장차가 있다"며 "시장에 나와 있는 채권 매입가율 중 5%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다 보니 채권 매입가율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있어야 하며, 매입가 자체는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가격에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부업권은 우선 캠코가 회계법인을 통해 채권가격 공정가치 평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보통 금융기관이 채권을 매각할 때 회계법인을 통해 채권 매입가액을 산정하는데, 이번 결과에서 평균 5%라는 결론을 내고 시장에서 그 이상으로 한다면 회계법인의 객관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채권에 대해 회계법인이 다른 가격평가를 한다면 사실 객관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납득할 수 있는 매입 가격선정 우선돼야 추후 분담금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입가율은 단순한 가격 책정을 넘어 금융사와 정부, 나아가 소각 비용을 분담할 모든 이해당사자의 부담 비율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된 것이다.

그러나 당국에서 채권 매입가율을 5%로 산정해 예산을 책정한 만큼 재정 여력 부족을 이유로 매입가율 인상 요구를 들어주긴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당국은 배드뱅크가 매입할 채권 규모를 16조4000억원으로 추산하고, 5% 매입가율을 적용해 예산을 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중 4000억원은 정부 예산으로, 남은 절반은 금융권에서 분담하기로 한 상황이다.

타 금융권의 경우 매입가율에 대해 "적정한 선에서 정해지길 바란다"는 정도로 반발이 크지 않다.

금융권에선 당국이 대부업계의 저항을 낮추기 위해 협상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배드뱅크와 관련해 업권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협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결국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한데 반발이 큰 대부업계엔 자본조달 비용 인하 등 당근책을 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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