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이 원장은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등 외형 확장 경영에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우리금융에 대해 “파벌주의 용인, 금융사고에 대한 안일한 인식,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경영 체계 지속 등으로 건전성 및 내부통제 약화를 초래할 위험 등이 있다”면서 “이 같은 운영 리스크와 건전성 문제 등이 그룹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면밀히 관리해 달라”고 강조했다.[사진=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410/1641766_652847_217.jpg)
"김 기자, 나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임기만료야."
얼마전 만난 금융사 임원A가 말했다.
"벌써요? 임기 3년 후딱 이네요."
"금방이지 그럼."
"아직 건강하시고 금융 경험도 출중하신데 계속 일하셔야죠. 서로 모셔가려고 할 거에요."
"(원한다면) 로펌엔 갈 수 있어도, 기업으론 힘들 거 같아."
"30년 이상 금융권에서 봉직하셨으니 책 쓰시고 여행하시면서 지내셔도 좋을 듯 해요."
식사 후 A임원과 기자는 후일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금융권 임원들과 이야기 하는 주제엔 항상 '임기'가 있다. 임원은 임기 도중 어떠한 일에 휘말려 '낙마'하는 경우도 있고, 보통은 임기를 채운다. 특별하거나 행운이 있다면, 임기 이상을 일하는 경우도 있다.
여의도 한 복판을 지나면서 기자는 여의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셀럽(유명인사)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떠올렸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공식 임기는 3년으로 내년 6월까지다. 하지만 현 정부와 5년 임기를 함께 레이스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엔 '오복현'이라는 별칭이 생겼다고 한다. ‘오복현.’
![국정감사를 받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제공=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410/1641766_652850_2232.jpg)
이 원장 입장에선 좋은 일일까, 벅찬 일일까. 여의도의 한 금융인은 얼마 전 기자에 "오복현이라며?"라는 카톡을 보낸 적이 있다.
임기만큼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불확실한 이벤트가 어디 있을까. 많은 사례가 있다. 드라마틱하다. 2주 만에 낙마한 김기식 전 금감원장, 6개월 만에 사퇴한 최흥식 전 금감원장, 정권 교체 바람에 1년도 못 채우고 떠난 금감원 임원이 수두룩 하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정권이 입으로 불면 날아가는 금감원 임원으로선 자기 임기를 무사히 채우는 것도 복된 일"이라고까지 했다. 이복현 원장은 친정권 인물인데다, 금감원 수장으로서 발빠르게 일을 해치우고 있다.
시간이 지나 그의 공과가 평가될 것이다. 국회에선 이 원장이 금융당국 대표 수장처럼 보인다고까지 했다. 게다가 이 원장은 정권과 정책 이행을 위해 악역을 맡기도 했다.
시장에선 이 원장이 정부의 '욕받이'를 자처하면서 정권, 정부에 쏟아지는 집중포화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했다. 자연히 원장 일을 더 해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복현 원장은 3년 임기 만료에 알파로 더 일하게 될 것이란 예측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도 들린다. 측근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자신의 최대 에너지를 발휘해 금융권 이슈를 해결하며 일 해왔다. 그리고 '끝'을 향해 달려왔다. 다르게 말하면 임기만료를 염두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진로도 모색할 수 있다. 사석에서 이 원장은 임기만료 이후 삶에 대해 "자전거 여행을 떠나겠다"와 같은 취미 생활을 언급한 바 있다.
"이복현 원장의 일을 이어받아 비슷한 스타일대로 수장을 맡을 후보군이 얼마나 될까요. 특히 리더 풀이 한정된 대한민국에서."라는 기자의 말에 이 원장의 한 측근도 비슷한 생각을 말했다.
그는 "(이복현) 원장님도 본인 전 직업군(법조계)과 현 직업군(금융권)에서 적합한 원장 후보군을 조용히 찾아온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워낙 업무 퀄리티와 빠른 업무 속도, 본질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중요시하는 원장님 눈높이에선 마땅한 인물이 없었을 수도 있고, 본인만 눈 여겨 보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어찌됐건 후임이 될 만한 이를 찾고 있다는 얘기고, 본인이 금감원을 떠날 날을 고려한다는 뜻이 된다. "이 원장이 자신과 비슷한 리더를 찾는다면 전 직업인 법조계에서 찾고 계실 지도 모르겠네요."라는 기자의 말에 최측근은 고개를 저었다. 이유는 법보다 숫자가 먼저 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원장 측근은 "금융과 경제사건 몇 건 해결했다는 이유로 많은 로펌에서 금융 전문가로 활동하는 변호사들이 많은 데, 글쎄요. 그들은 거품이 많아요. 금융당국 수장은 '법 베이스'라기 보단, 금융(숫자·경제)이 베이스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우리가 이복현 원장님을 볼 때마다 검찰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데, 냉철하게 보면 이 원장님은 경제학도였고, 회계사로 전문직을 시작했어요. 이후에 법 지식과 해외 유학이 탑재된 분인 거죠. 그러니 이 원장은 검찰이기 전에 경제전문가였다고 봐야 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과 가깝다는 이유로 검찰의 정체성을 먼저 떠올리면 원장을 반만 보는 셈입니다. 물론 이 원장님이 검찰로 훈련 받은 기간이 길긴 합니다만, 경제 사건 몇 건 담당한 검찰과는 전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 산업을 판단하는 시선이 다르다는 얘깁니다."
임기 8개월도 안 남은 이 원장의 후임을 벌써 이야기하는 이유는 왜 일까. 아마 이 원장이 금융권에 끼친 파급력과 후폭풍이 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국회도 이 원장의 똑부러진 존재감을 우려할 정도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직원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광폭 행보에 직원들은 "원장이 (언론브리핑, 국감장에서) 말씀만 하면 그 일이 우리 일이 됐다"며 과중한 업무를 토로했다. 또 신중하고 조심스런 캐릭터의 부서장들은 금감원 후선으로 밀려났다. 수시 인사가 생기면서 직원들은 언제 어디로 발령날 지 조바심이 난다 했다. 조직도와 전화번호부는 6개월만에 쓸모가 없어졌다. 이 원장은 엄중하고 또 냉혹했다. 내부 비위와 연관된 인물은 가차 없이 경찰에 고발했다.
그래서 어떤 직원은 긴장의 나날들 보낸다고 했고, 어떤 직원은 굼뜬 조직이 역동적으로 날개를 펼쳤다고 했다. 언론엔 80회에 가까운 백브리핑으로 세심한 설명을 공유하는 한편 상위기관 금융위원회와는 필요한 때만 접촉했다.(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사적으로는 가깝다고 들린다.)
그래서일까. 누구는 이 원장이 '병주고 약주는' 양수겸장 리더라 했고, 다른 이는 이 모순된 패러독스를 모두 갖고, 적재적소에 사용한다고 했다.
지난 29일 이 원장은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등 외형 확장 경영에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이 우리금융을 타깃으로 한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이 원장의 '메시지 관치'로 보고 있다. 물론 실제 우리금융이 야기한 경영 실책이 있긴 하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을 통해 모든 금융그룹에 같은 경고를 내려고 하는 것일까. 강한 경고음으로 해석하는 쪽이 우세하다.
이 원장은 이날 우리금융에 대해 “파벌주의 용인, 금융사고에 대한 안일한 인식,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경영 체계 지속 등으로 건전성 및 내부통제 약화를 초래할 위험 등이 있다”면서 “이 같은 운영 리스크와 건전성 문제 등이 그룹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면밀히 관리해 달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우리금융이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적정 사건으로 금융당국에 ‘빌런(악당)’으로 제대로 낙인 찍혔다고 말한다.
우리금융이 타깃이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설들이 많다. 혹자는 검찰(이복현) 대 모피아(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간의 대립구도로 본다.
기자는 다르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흥금융인(이복현)과 구 모피아(임종룡)의 조우로 보인다.
![지난해 6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에서 열린 우리카드 상생금융 출시 기념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 및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제공=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410/1641766_652854_3533.jpg)
신흥 금융인은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고 구악을 향해 검을 겨누고 구 모피아는 모피아 관습과 금융 관행에 익숙해져 있다. 이복현 원장이 '오복현'이 되건, 새로운 후임을 추천하건 간에 대한민국은 빛과 같은 속도와 생명력으로 변모하고 있다.
OB(올드보이)는 옛날이 좋았다고 과거를 그리워하지만 다 지나간 얘기다. 다음 원장이 누가 되건 변화와 혁신에 적합한 인물이 될 수밖에 없는 건 자명하다.
금융 현안과 이슈에도 빠르게 대응하고, 사태를 미리 예방해야 한다는 것을 티메프 사태를 통해 우리는 학습했다. 이 원장이 첫 연임 사례가 되건, 새로운 후임이 오건 상관없다.
제때 일을 잘 해결하는 금융당국 수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누구의 거취보다, 사태의 해결 완성도와 예방력에 더 관심 가져야할 때다. 세상은 이미 변했고 금융소비자는 더이상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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