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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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매년 막대한 돈을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토종신약'이 나오지 못한 데다 개발 비용도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13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파이프라인'(연구개발 중인 신약 프로젝트)은 3233개로 미국(1만1200개)과 중국(6098개)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파이프라인의 14.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미국은 49.1%, 중국은 26.7%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열중하면서 임상시험도 증가하고 있다. 작년 기준 국내 제약사의 임상시험 단계별로 수행 건수 비중을보면 '1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44.2%로 가장 높았다. 이어 '2상'(21.0%), '3상'(11.6%) 등의 순이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임상 3상 시험이 늘어나고 있단 점이다. 작년 제약사 주도 임상 3상 시험 승인 건수는 237건으로 2022년(187건), 2021년(221건), 2020년(201건)에 비해 각각 26.7%, 7.2%, 17.9% 올랐다. 임상 3상 시험은 신약의 유효성이 어느 정도 확립된 뒤 시행되는 데다 시판 허가를 얻기 위한 마지막 단계라 의미가 크다. 

국내 제약사의 효능군별 임상시험 현황을 보면 '항암제'가 26.7%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 '감염병'(10.3%), '심혈관계'(10.1%), '중추신경계'(8.8%) 등의 순이다. 기업 유형별로 봐도 일반제약사와 바이오벤처 모두 항암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파이프라인과 임상시험이 증가할 수 있었던 건 공격적인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있는 덕분이다. 작년 기준 국내 제약사의 R&D 비용은 총 4조99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매출액의 15.8%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하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의 조사에 참여한 90개사 기준 작년 국내 제약사의 임상시험 R&D 비용은 총 6164억원(평균 68억원)으로 R&D 비용(2조1051억원)의 29.3% 수준으로 조사됐다. 매출 규모별로 보면 3000억원 이상인 제약사는 임상시험 R&D 비용으로 100억원 이상 사용하는 비율이 61.5%로 높은 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적극적인 연구개발에도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은 품목은 아직 37개에 불과하며 지난 5년간 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7품목에 그쳤다. 올해의 경우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염치료제자큐보(37호) 등장 이후 새로운 신약은 없다. 

또 '토종 신약 잔혹사'라고 불릴 만큼 이름만 신약일 뿐 매출이 높지 않은 제품이 대다수다. 물론 최근에는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염 치료제 펙수클루와 유한양행의 폐암치료제 렉라자 등 매출이 높은 신약들도 있지만 많이 않다는게 현실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완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긍정적인 신호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과거 국내 제약사들은 외국 제약사 약을 사다 팔거나 특허가 만료된 약을 복제한 약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자체 신약 개발에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한해 쏟아붓는 연구개발비를 모두 합쳐도 글로벌 빅파마 한 회사가 투자하는 금액보다 현저히 적은 수준이라 뒤처지고 있다"며 "다만 신약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게 30년 정도 됐는데 최근 눈에 띄는 성과들이 나오고 있고 기업들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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