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제공=각 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412/1646461_658440_3322.jpg)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내매수 기간이 끝났다. 영풍-MBK파트너스가 추가 지분을 취득하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격차를 더 벌렸다.
임시 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최 회장이 지분율 열세인 가운데 우호지분의 추가 이탈 여부도 관심사다. MBK파트너스가 외국법인이냐도 논란이다.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인 (주)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 지분 1.13%를 추가 취득했다고 19일 공시했다. 지난 11월 12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자유재량 매매(CD, Careful Discretion)'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 1.13%(23만4451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MBK가 주총 승리를 위해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마지막날까지 주식을 사모은 것이다. 내년 1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총의 의결권 행사를 위한 권리주주 확정기준일은 오는 20일이다. 다만, 주식 매수일(D일)에서 2영업일이 지나야 결제일(D+2일)이 되기 때문에 기준일 이틀 전인 18일까지 주식을 보유해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지분 취득으로 영풍-MBK의 지분율은 발행주식 총수의 40.97%에 이른다. 최 회장측과 지분율 차이를 더 벌렸다. 우호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측의 지분율은 발행주식 총수의 33~34%로 추정된다. 영풍-MBK와 지분율 차이가 6%p대에서 7%p대로 커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양측 모두 장내매수로 지분을 추가 매수했지만 어느 한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50%+1주'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임시 주총 승패의 향방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9월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7.48%를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일부 지분을 매도해 현재 지분율은 5% 안팎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 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 임시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한미사이언스 경우처럼 '중립'을 택할 경우 영풍-MBK에 유리할 수 있다.
최 회장의 백기사 군단의 추가 이탈 여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영풍-MBK와 지분율 격차가 더 벌어진 최 회장은 최대한 우군을 결집시켜야 한다. 그러나 백기사들이 앞서 줄줄이 지분을 내다판 데 이어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글로벌 원자재 중개 회사 트라피구라가 지난 10월 고려아연 공개매수 등을 거치며 지분 일부를 정리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트라피구라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기존 1.49%에서 1.1%로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확인 결과 트라피구라는 고려아연의 지분을 판 사실이 없다"며 "이는 트라피구라에도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부인했다.
앞서 최 회장의 백기사로 분류되는 한국투자증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은 고려아연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등도 고려아연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MBK를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고려아연의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관련 법에 따라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13조 1항에서는 전략기술보유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해외인수·합병, 합작투자 등 '외국인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그런데 MBK파트너스는 국내 법에 근거해 설립된 사모펀드지만 김병주 회장이 외국시민권을 가진 외국인이다. 김 회장은 투자심의위원회 의장으로 내부 영향력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업무 집행자 두 명 가운데 한 명 역시 외국인인 부재훈 부회장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다이얼캐피털도 MBK 주주다.
다만 이에 대해 MBK는 "고려아연 투자주체인 'MBK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는 국내법인이며, 이 법인의 대주주 역시 한국국적의 파트너와 임직원"이라고 반박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반 이상의 지분율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에 주주들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며 "임시 주총 소집공고가 나가면 소액주주 표심을 잡기 위한 위임장 대리 권유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다음주쯤 임시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을 확정하고 임시 주총 소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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