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출처=현대제철]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출처=현대제철]

현대제철이 냉연라인 공장 폐쇄라는 강수를 두며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서강현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제철은 지난 24일 당진제철소 1·2냉연 연속산세압연설비(PL/TCM)에 대한 '부분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노조가 지난 1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하면서, 생산 차질을 겪게 돼 내린 결정이다. 특히 사측이 노조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서강현 사장은 임직원 담화문을 통해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매출 감소와 직결된다"며 "이는 결국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갈등 최고조

현대제철 노사 갈등은 지난해 9월 시작된 임단협 협상에서 비롯됐다.

노조는 현대자동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동등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철강 업황 불황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대폭적인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갈등이 지속되면서 노조는 지난 11일 총파업과 함께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또 1월 10일부터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시위를 진행하며 성과급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당진제철소 냉연라인 역시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부분 파업을 진행했고, 19일에는 노사가 협상에 진전을 보이며 일시적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면서, 불과 하루 만인 20일 오후 7시부터 다시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사측이 냉연라인 직장폐쇄라는 강수를 두며 맞섰다.

■ 재무전문가 서강현 사장의 최종안

이번 협상에서 현대제철이 제시한 성과급 안은 사실상 최종 마지노선으로 해석된다.

사측은 20차 협상에서 기본급 400%+500만 원, 21차 협상에서는 기본급 400%+1000만 원을 제시하며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22차 협상에서는 기본급 450%+1000만 원으로 소폭 인상하는 데 그쳤다. 협상 과정에서 제시된 금액이 급격히 높아졌던 것과 비교하면, 사측이 더 이상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특히, 현대제철의 경영진을 이끄는 서강현 사장은 '재무통'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5년 현대자동차 회계관리실장 ▲2018년 현대제철 재경본부장 ▲2021년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을 거치며 그룹의 재무 전략을 총괄해 왔다. 지난해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취임해 부채비율은 2023년 80.6%에서 지난해 79.7%로 낮추고, CAPEX(자본적 지출)를 늘리는 등 재무건전성 강화에 중점을 뒀다.

이런 기조 속에서 현대제철이 제시한 성과급 안은 회사의 적자 전환을 감수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19일 협상에 참여한 현대제철 사측 관계자는 "2024년도 결산을 다시 하면서 이번 안을 준비했다"며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음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무리수를 두며 준비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24일에는 직원 성과, 격려급 변동 등으로 앞서 발표한 2024년 잠정실적을 수정하기도 했다.

당초 발표한 2024년 영업이익 3143억원은 1594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이익도 954억원에서 594억원의 적자로 전환됐다.

이에 서강현 사장은 "2024년 실적 적자 전환에 대한 정정 공시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적자공시는 단순 실적 악화를 넘어 회사의 재무 건정성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글로벌 무역 환경도 현대제철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체결된 철강 수출 쿼터제를 폐지하면서, 오는 3월 12일부터 한국산 철강 제품은 미국 수출 시 일괄적으로 25%의 관세를 적용받는다.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의 범람, 달러 강세, 원자재 값 상승에 이은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된 셈이다.

서 사장은 "지금은 갈등을 심화시킬 때가 아니다"며 "하나가 되어 어려움을 헤쳐가야 할 시점으로 발등에 떨어진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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