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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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휴식, 근로와 여가.

이것은 상충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생한다. 사람의 삶이라는 연속된 시간 속에서, 노동과 휴식은 반복되곤 한다. 불과 물이 요리를 만들어 내고, 엔진과 브레이크가 동작을 일으키듯이 서로 간에 상극이 창조로 변화하는 순간들이다. 어쩌면 대의민주제에서 정치인이 있다면 국민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서로 지지하고 화합하다가도 종종 때론 반대하거나 싸우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런 것에 대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그런 갈등과 충돌을 무가치하다고 폄하하지 않는다.

노동의 시간들은 일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휴식의 시간도 또한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일을 좋아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장시간 근로와 강도 높은 노동을 회피하곤 한다. 최근 평생직장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세대(MZ)가 신(新)노동의 주도 계층(NewWorker)이 되었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 임원승진을 목적으로 하지도 않고 장기근속도 회피한다. 종종 정규일자리를 뛰쳐나와서는 긱워커(Gig Worker)로서 알바와 단기일자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때론 현장일이라고 불리는 생산직을 자원해서 고소득을 노리기도 하고, ‘소비패턴을 줄여’ 경제적 예속을 피하는 동시에 원하는 만큼만 적게 일하는 영리함(?)을 가졌다.

그러는 반면, 우리사회에서는 건설, 접객, 청소, 정비 등 사회의 한 영역에는 최소 200만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러한 일자리를 상당 부분 차지하며 이들 또한 새로운 근로계층(NewWorker)으로 성장하고 있다.

新노동, 뉴워커(NewWorker).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들의 미래는 쉽게 예측하기 곤란하다. 새로운 노동의 형태가 어떻게 변화하고 또한 선호될지는 미지수다. 그 노동형태를 수행하는 새로운 노동계층의 요구는 어떠하게 될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미래의 노동환경에서 노동자들은 장시간의 근로를 기피하게 될 것이고,휴가나 휴게의 복지·후생 또한 임금(대가) 만큼이나 상당히 중요한 보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종종 노동의 반대편에 있었던 휴게, 휴식, 퇴근 후 시간(저녁이 있는 삶) 등의 가치와 비중 또한 증가하리라는 예상이 늘어나고 있다.

언뜻 보기에, 휴식과 휴게가 증가하는 것은 근로에 대한 집중이 떨어지거나 생산량, 생산성에 음(마이너스)의 상관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근로의 양과 질에서 모두 역효과를 가져오고 노동계층의 사기(士氣)를 저해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공허노동(Empty labor)’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과잉한 노동은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고 정작 역효과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뽀모도로 노동시간제(Pomodoro Technique)를 고안한 연구자(Francesco Cirillo)에 따르면, 집중적이거나 몰입적인 근로시간을 확보할 때 각 근로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증가하면서 사업장 전체의 부가가치는 높아진다고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제조나 생산의 업역보다는 개발, 창작, 연구, 첨단서비스 등의 업역으로 분화할 것으로 보이므로, ‘근로시간 외의 시간들을 어떻게 구성하고 근로시간에 더욱 효율을 높이는가’가 新노동 체제의 핵심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 영역을 보자. 현재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의 경우 의무적인 휴게시간이 보장되고 있다. 수년 전까지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사고로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였고 다수의 인명과 재산이 피해를 입는 사건들이 있었다.

이는 법제도적으로 (장거리 노선) 버스기사의 휴식, 휴게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지 않아서였고, 이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시행규칙 등에서 휴식과 휴게를 의무화하여 시민과 근로자의 안전을 동시에 보호하게 되었다.

[제44조의6(운수종사자의 휴식시간 보장)] ①시내버스운송사업자, 농어촌버스운송사업자 및 마을버스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에게 기점부터 종점(종점에서 휴식시간 없이 회차하는 경우에는 기점)까지 1회 운행 종료 후 1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하여야 한다.

이는 본래 근로기준법에서 “제54조(휴게) ①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근로 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②휴식 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라는 규정과 “제59조(근로시간 및 휴식 시간의 특례) ② 제1항의 경우 사용자는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근로자에게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2018년 개정으로 도입)”라는 규정들을 더욱 산업안전 및 산업보건의 차원에서 확장한 것이었다.

이러한 변화들은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이 모두 산업과 경제체제에 직결되는 것이고 상호간에 무관하거나 분리되어 있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는 현상(現像)들을 방증한다.

미래의 노동에서 新노동의 체계와 뉴워커(NewWorker)의 노동자그룹이 주류를 형성할 것이 명확해짐에 따라, 우리 사회도 그러한 변화에 맞게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근로자의 휴식, 휴게, 휴가라는 것이 ‘근로를 이탈하거나’, ‘근로시간에서 오로지 배제하여야 한다거나’, ‘근로와 무관하다’는 등의 인식에서 탈피하고 재창조와 충전을 위한 시간으로서 근로자가 이를 활용하도록 지원할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

사업주가 근로자를 관리·감독하거나 직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휴가를 조정하거나’, ‘휴식시간과 퇴근후시간, 휴일 등에 여러 통제를 두는’ 면면들은 미래적인 노동생산성에도 좋지 않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인다.

최근 논의가 많은, 플랫폼노동계층, 파트타이머, 아르바이터(프리터), 긱워커 등등을 모두 노동법의 보호로 끌고 들어오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도 앞서서, 이러한 新노동계층들이 추구하는 휴게-휴식-휴일-자율 등의 선호(選好) 방향에 있어서 우리 사회가 깊은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

근로시간의 반대는 쉬는시간, 휴식시간이 아니라, 여전히 ‘근로를 위한 시간’으로도 인정하고 서구의 저축휴가제, 탄력근로제, 주4일제, 집중근로시간제 등의 여러 근로시간-휴식 병존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에 근로자들은 적은 근로시간에 최대한의 집중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직무역량을 키우고 직무급, 성과급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휴식!

그것은 노동과 반대개념이 아니다. 휴식과 노동, 휴가와 업무가 선순환하면서 반복될 때 그것은 우리사회의 ‘상생’과 ‘창조’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 휴식, 그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창조의 엔진을 돌리게 할 것이고 사회의 숨결을 불어넣는 생기(生氣)로 기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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