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 일러스트.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 일러스트.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많이 고심한 인사라고 들었습니다. 신뢰하는 분의 의견이 반영된 만큼 새 원장의 행보를 지켜보려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검사 사단의 막내(이복현)를,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절친(이찬진)을 금감원장으로 내정했네요. 친구도 좋지만 금감원을 법 집행기구로만 보시면 큰 일 인데요."

"이번에도 금융 모르고 법만 아는 사람(이찬진)이 왔네요. 없앤다던 위원장(이억원)은 왜 뽑았을까요. 골수 모피아(Mofia)를."

전일 금융당국 수장 인사에 대한 관계자들의 말들이다. 이재명 정부가 야심차게 선언한 ‘금융당국 개편’ 인사가 기존 패턴을 반복할 것 같다는 의구심이 가득하다.

모피아 인사 답습은 물론, 금융 전문성을 찾아볼 수 없는 수장 인사라는 시각 때문이다. 물론 인사의 의미는 업무 결과를 통해 설명되겠지만 금융권과 당국에서는 새 정부의 국정 과제 실행과 누적된 과제가 해결될 지 의문을 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임시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복현 전 금감원장 후임으로 이찬진(61)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임명 제청했다.

이찬진 16대 신임 금감원장은 이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었다. 1964년생 동갑으로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인 이찬진 신임 원장은 노동법학회에서 이 대통령과 함께 활동했다. 이 원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하여 사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및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이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각별히 신뢰하는 인물이다. 이런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이 원장은 이 대통령이 그리는 금융감독 업무 및 새 국정 과제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제일합동법률사무소(서울 서초구)에 대해 알아봤다. 온라인 상에서 한 전직 직원은 "워라밸이 좋지만 올드한 변호사 분위기"라고 서술했고 "일은 편했어요. 재해 시에 출근 안 해도 된다고 배려해줘요"라고 했다.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 [출처=연합 ]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 [출처=연합 ]

법조계 인물들은 이찬진 원장에 대해선 "조용히 대통령을 보좌 하는 게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해서 전임 원장처럼 튀는 행보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봤다. 이 원장은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위원장 시절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하는 근면성이 두드러졌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모범생 스타일이다. 보고사항들은 본인이 먼저 읽어본 후 보고 받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적으로는 배우고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필로매스(Philomath:지식탐구자)로 알려진다.

아쉬운 점으론 현 단계에선 금융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 한다는 점이다. 그의 커리어는 주로 '인간에 대한 법'에 대해 수렴돼 있다.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는 점과 민변 활동 시기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취지에서 헌법소원과 가처분을 제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말이다. 

지난 6월 국정위에 합류하면서 그는 보건의료분야를 다루는 사회1분과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여기서도 금융과의 직접적인 서사는 없어 보인다. 금융위가 정의하는 금융은 '돈의 흐름'이다. 금융위는 "사람들이 '금융회사'를 통해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면 돈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흘러가게 되고, 이런 돈의 흐름을 금융이라고 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이런 금융 관련 키워드가 이 원장 프로페셔널에선 쏙 빠져있다.

그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 대통령과 근거리에서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그리는 국정 속에서 그가 금융 감독을 이끌 것이라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합리적인 해석일 것 같다.

물론 정답이 있는 일도 아니다. 금융당국자는 금융감독업무 등 정책과 규제는 철학에서 출발하는 만큼 옳고 그름을 따지기가 어렵다고 했다. 다양한 가치 판단 속에서 최적점을 찾아야하는 일이란 얘기다. 

다만 금감원 직원들은 "전직 원장은 검사 출신이라 처벌과 징계에 익숙했다면, 민변 출신 이 신임 원장은 소비자(국민)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원장은 아마도 금융(금융사)이 소비자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을 법 해 보인다.

금감원장 하마평에 많은 이들이 거론됐지만 의외의 인물인 이 원장이 발탁된 점에 대해 금융권은 "결국 이 대통령이 그립을 쥐고 갈 사람을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윤석열 정부가 '막내'를 차출 했듯, 이재명 정부가 ‘절친’을 자리에 앉힌 것과 같은 원리란 얘기다.

물론 정쟁은 '철학 간의 싸움'이기도 해서 이재명 정부가 절친 금감원장을 통해 구현해낼 금융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는 예전 정부와 확연히 다를 수 있다. 금감원장은 규제와 완화, 보호와 성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시장 평가가 엇갈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신임 원장도 결국 민변 출신 법조인이라 보험과 소비자 부문에 대해서는 경험이 있을 것"이라는 호평도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설립되면 이억원 후보가 금감위원장이 되고, 이 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원장이 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금감원 분리·재편)과 초반 운영 후 3년 뒤엔 또 새로운 인물(?)이 소비자보호 성숙도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일 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해서 여의도의 금감원이 다시 분주해졌다. 신임 금감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안게 된 과제는 단순한 ‘감독’의 범위를 넘어선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가계부채 리스크 △자본시장 신뢰 강화 △소비자 보호(내부통제) 등 네 갈래 현안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

시장은 새로운 수장이 과연 어떤 ‘조율’을 선택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취임 후 3~6개월간은 PF 시장 정상화와 가계부채 구조 개선안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한 금융당국자는 "새 수장이 올 때마다 임직원들이 사안별로 보고하고, 브리핑하고 수장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문은 실무자가 밀착과외 하느라 땀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자칭타칭 전문가라면서 젊은 직원들의 금융 설명을 어려워했다는 수장도 있었단다. 그나마 젊었던 72년생 이복현 전 원장은 취임 수개월 만에 장관 수준으로 금융감독 이슈를 꿰었다고 했다.

이 신임원장이 모피아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와 어떤 케미를 보일 지도 궁금하다. 이억원 후보는 30년 넘게 정무직 공무를 수행했다. 관료의 특징은 크게 △전문성 △계층제 △규칙과 절차 준수 △비개인적인 관계 △경력 지향성이다.

이찬진 원장은 이억원 후보와 결이 전혀 다르다. 민간 변호사 출신으로 시민집단 등에 몸 담았다. 층층이 나뉘고 칸칸이 구분된 당국의 구조에 익숙치 않을 수 있다. 이를 빨리 이해해야할 뿐더러, 직원들이 신임 원장보다 더 금융 전문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김남희 EBN 차장 ]
[김남희 EBN 차장 ]

대통령 측근이란 강점은 길어봐야 3개월 갈까. 전문성 없이 복합금융 리스크 관리와 구조 개혁을 해낼 수가 없다.

정치에서 말하는 소위 ‘허니문기간(Honeymoon Period:기다려주는 유예기간)’도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 '쓰나미잔해'를 정리해줄 새 정부에 거는 국민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이제 패는 던져졌다. 이 원장은 단순 법률가 이상의 전문성을 이제 증명해야한다. 3년 임기 내내 누군가의 지원사격과 뒷배에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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