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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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수장이 공석인 가운데 자회사 KDB생명(대표 임승태)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방종하고 있다.

경영난에 처한 KDB생명은 올해 2분기 연속 자본잠식에 빠진 채 결국 '최후의 보루(堡壘)'까지 떠밀렸다. 

자체 쇄신은커녕 외유성 '퍼주기' 행사와 방만한 임원 인사로 소위 '주인 없는 회사'의 악습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국민 혈세로 예산을 쓰는 산은이 증자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DB생명은 올해 6월 말 기준 자본총계(순자산)가 마이너스(-) 1241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처했다. 자본잠식은 기업이 누적 적자로 인해 자본금(발행주식 수 × 액면가)을 소진해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경우다.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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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은 3월 말(-1348억 원)에 이어 2분기 연속으로 자본잠식 상태를 면치 못했다.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인 신종자본증권(2403억 원)까지 고려하면 자본잠식 6월 말 기준 순자산은 -3644억 원에 육박한다.

KDB생명이 이렇게 된 이유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OCI)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OCI는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익, 해외사업 환산손익 등 미실현손익을 포함하며, 자본조정 항목으로 처리된다. OCI는 시장 금리 변동으로 달라지는 자산과 부채 평가액을 반영한 자본 구성 항목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보험부채(고객에게 향후 지급해야 할 보험금) 부담이 치솟자 OCI가 쪼그라든 탓이다. KDB생명 OCI 손실액은 지난해 말 1조 160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 3274억 원으로 증가했다.

KDB생명 실적 상황은 어떨까. 지난해 말 기준 보험계약부채 중 저축성보험이 52%에 달했다. 저축성보험은 보험사엔 당장은 팔기 쉽지만 추후 금리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위험한 상품이다.

앞서 생명보험사들은 2000년대 초반 7~8% 수준의 고금리 저축성보험 판매 격전을 벌인 바 있다. 문제는 해당 상품이 계속 유지되고 있어 향후 만기가 긴 고금리 저축성보험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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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는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을 팔아야 손해율 조절로 이익 실현 여부를 판단하기 용이하지만 KDB생명은 보장성 보험 판매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KDB생명의 보험부채 내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비중은 지난해 기준 5.1%로 업계 평균(7.6%)보다 한참 떨어진다. IRFS17 체계 하에서 저축성보험은 CSM 확보에 불리하다. 금리 리스크가 상품 마진을 깎아먹기 쉬워서다.

올해 상반기 KDB생명의 순이익도 증발했다. KDB생명의 순이익은 1분기 27억 원에서 상반기 -10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외화거래손실이 늘어나면서 투자부문 손익이 1분기 72억 원에서 상반기 -168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 보험부문 손익은 1분기 -14억 원에서 상반기 130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261억 원)와 비교하면 50% 줄었다.

회사 상태가 이러하니 KDB생명의 영업 조직력도 악화됐다. KDB생명의 등록 설계사 수는 2020년 말 1257명에서 지난해 말 756명으로 반토막으로 가고 있다. 이로 인해 KDB생명의 시장점유율은 개인보험 기준 2023년 2.5%에서 올해 상반기 말 2.0%로 떨어졌다. 설계사가 떠나면서 영업력도 약해지고 회사 자본잠식도 더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업계는 해석했다.

이처럼 경영난에 처한 KDB생명을 이끌 모기업 산업은행의 회장은 비어있어 산은 입장에서나 KDB생명 처지에서 경영 차질이 우려된다. 더욱이 중대재해 사고가 난 포스코이앤씨를 비롯해, 석유화학산업 채권단을 이끌 산은 회장은 석달 째 공석이다. 정부는 포스코이앤씨 처벌과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 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KDB생명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영진 측에서는 과도한 시책(프로모션)으로 영업조직 '기 살리기'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KDB생명 경영진은 타보험사처럼 다양한 프로모션(조직에서 설계사 실적상승을 동기부여하기 상품과 경품을 내건 행사)을 해외여행으로 제공했다.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호화 시상식을 연 데 이어 일본 홋카이도에서 ‘우수한 판매 실적’을 자축하는 행사를 가진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와 GA는 설계사 영업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여행과 해외에서의 시상 파티 등을 하고 있는데 보험업계의 오랜 문화"라면서 "KDB생명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회사가 자본잠식인 상황임을 고려하면 고액이 드는 해외에서의 자축 파티는 과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KDB생명은 자본잠식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마케팅, 자산운용, IT, 채널, 회계 담당 임원을 모두 교체했다. 최후의 인사 카드를 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병철 수석부사장인 인사 키를 잡은 후 CFO에는 정진택 전 iM라이프 전무를 영입하고 마케팅부문장에는 이태정 전 푸본현대생명 상무를 선임했다. 전속채널실장에는 남규현 전 푸본현대생명 상무를 발탁했다. 미래 신채널, 보험 프로세스 개선 담당 박종문 IT부문장도 신규 선임했다. 자산운용부문장에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경험을 보유한 이승용 자산운용부문장을 발탁했다.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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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인사에 KDB생명은 "각 영역에서 전문성과 실행력을 강화함으로써 영업 경쟁력 제고, 디지털 전환 가속, 재무 안정성 확보 등 전 방위적 조직 역량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경영진 구성 변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인사 결정에 당국과 업계는 큰 희망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임원 몇 명이 와서 바뀌어질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업계의 중론이다.

산은은 2010년 KDB생명(옛 금호생명) 인수 이후 현재까지 1조 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했으나 경영 정상화에 실패했고, 연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6월 초 강석훈 전 회장이 임기를 마친 뒤 직무대행을 맡은 김복규 산은 전무이사도 KDB생명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

향후 이재명 정부가 산은 회장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방치하다시피 한 KDB생명 경영난을 회사 내부에서도 증자로만 버티는 등 회사 안팎으로 방만하고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승태 KDB생명 대표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를 맡는 등 전 정권 인사다. 임승태 대표는 KDB생명의 매각이 지연되고 재무 리스크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6번째 매각을 시도한 바 있다. 현재 김병철 수석부사장이 조직 개편을 이끌고 있어 임 대표의 후임 인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MG손해보험을 비롯해 KDB생명처럼 좀비기업이 된 금융사를 어떻게 처리하고 체질개선할지, KDB생명 대표를 바꿀 지에 관심이 모아 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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