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60143_674049_401.jpg)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심화시키고 있는 기업들의 빠른 퇴출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최근 PBR 0.1~0.2배 수준의 부실 종목들이 빨리 청산돼야 한다고 언급한 영향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전체 상장 종목은 2708개 종목이며, 이 중 우선주나 스팩(SPAC) 등을 제외하고 PBR이 집계된 2466종목에서 PBR 0.3배 미만 종목은 198개다. PBR 0.1배 수준인 상장종목도 52개에 달한다.
PBR은 기업의 장부 가차 대비 어느정도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개념으로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기업 본래 가치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국내 증시에서 PBR 1배 미만 종목은 1312개다.
전일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한 이 후보도 “우리 증시 시가총액이 세계 15위라고 하는데 상장 종목수는 세계 5위라고 한다”며 “실제로는 거의 가치가 없는 종목들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이 후보는 “PBR 0.1~0.2배 그런 회사들은 빨리 사서 청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적대적 M&A 같은 것을 해서 청산하면 0.1배면 이론적으로 10배 남는 장사”라고 강경하게 부실기업 퇴출 필요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매년 6월을 기준으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을 지수에서 제외하고 재산출하면 2024년 6월 말 기준 코스닥 지수는 37%나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백화점에서 잘 안 되는 상점은 골라내고 유망한 상점을 자꾸 입점해야 백화점에 온 고객들은 어느 상점을 가도 충분히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데, 지금 저희가 그런 게 좀 부족해 솎아낼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이 필요하다”며 “대국민 설득을 통해 좋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그런 장을 만든다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차기 대통령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앞서 당내 지역 순회 경선에서도 9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최근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5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의 부실기업 증시 퇴출에 대한 강한 어조에 시장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더욱이 이 후보는 코스피 4000~5000시대를 열겠다는 공약도 한 상황이다. 현재 코스피 PBR이 0.8배 수준인데 이를 두 배 가량 끌어올리면 코스피 주가지수도 목표치에 다다르게 된다.
지난 1월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상장폐지 요건 강화 및 절차 효율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시가총액·매출액 요건 및 감사의견 미달 요건 기준을 강화하고 상장폐지 사유발생부터 최종결정까지 소요기간을 축소하는 것이다. 상장폐지 절차 효율화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상장폐지 요건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추후 대선 결과에 따라 부실상장사의 퇴출이 더욱 빨리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올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관련해 “현행 거래소 규정은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후 90일간 일정 일수 이상 시가총액 기준 미달 상태가 지속돼야 상장폐지가 이루어지는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려면 우선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미달 상태가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관리종목 지정 요건 자체를 충족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분기 또는 반기 등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일평균 시가총액이 기준 미만일 경우 시장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후보가 언급한 적대적 M&A를 통한 저PBR 종목의 퇴출 등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PBR 0.1배 기업에는 현대제철(0.16배), 롯데케미칼(0.17배), 세아홀딩스(0.17배), DL(0.18배) 등 대형기업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PBR 0.1~0.2배 기업들 면면을 보면 건설·에너지 등산업 자체가 위축돼 있는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증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계기업의 퇴출이 필연적이지만 중간재 수출 중심의 경기순환형 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정상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도 풀어야할 과제다. PBR이 과도하게 낮은 기업들의 퇴출로 증시 전반의 부양이 이루어진다면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 과실을 나눠가질 수 있겠지만, 상장폐지 기업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실제로 상장폐지 결정이 나온 후 소액주주들이 법원에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한국거래소 앞에서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것을 규탄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상장폐지 기업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투자협회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를 활용해 상장폐지 주식의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지만, K-OTC 거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투자자 보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좀비기업들을 빨리 퇴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 공감하고 있지만 어려웠던 부분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됐던 점”이라며 “증시에 탄탄한 기업들이 상장돼야 하고, 투자자들도 기업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투자에 대한 손실이 본인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현장]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없었다면 코스피 2500도 어려워”
- [현장] 李 “배당소득세 현실화 공감…배당 확대 여부 시뮬레이션 필요”
- [현장] “코스피 5000시대 열겠다”…이재명의 ‘코리아 프리미엄’ 전략은?
- 코스피 퇴출 최대 2년→1년…상장규정 시행세칙 개정
- [현장] 'IPO·상장폐지 개선' 밸류업 가속?…상장사·금투업계 부담 가중 우려도
- 코스피, 외인 ‘팔자’에 2480대 약보합…코스닥 0.09%↑
- [현장] “증시 저평가 해소, 기업 자발적 노력과 정책 실효성 강화 병행 중요”
- 금투협, ICSA 이사기관 선임 앞둬…서유석 회장 "역할 확대할 것"
- 내년부터 상장폐지기업도 K-OTC에서 거래
- "체질 개선 쉽지 않네"…힘 못 쓰는 코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