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보편관세 부과를 추진함에 따라 국내 수출 경제를 담당하는 현대자동차·기아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다른 나라들과 협상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내 신규 일자리를 유치하는 등 외국 기업이 투자를 진행한다면 관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트럼프 정부를 위한 선물 보따리를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정부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준공을 결정했듯이, 현대차그룹은 향후 미국 내 신규 투자처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외신 및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고, 트럼프 정부 측 고위 관계자와 비공개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를 결정한 것은 창사 최초다.
취임식에 기부한 기업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하루 전인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한 비공개 저녁 만찬에 최대 6명까지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다. 또한, 트럼프 내각 인사와의 비공개 연회, 기타 행사에도 참석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진이 취임식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에도 미국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보편관세를 협상카드로 활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관세를 활용해 연방정부 예산 수입을 증대하겠다고 했다. 세금 감면 연장 등 트럼프 대통령 공약을 이용하기 위해 세수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이다.
때로는 관세를 협상 도구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관세 영향으로 미국과 거래가 줄어들 경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수 있으므로 당근과 채찍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베센트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제재를 너무 많이 썼고, 어쩌면 제재가 다른 나라들이 미국 달러를 사용하지 않게 만들고 있으며 그래서 관세를 협상에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앞서 트럼프 1기 정부 당시부터 미국우선주의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호국 및 기업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한다면 향후 관세 인상률을 조정하는 등의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708억달러)의 4분의 3을 현대차·기아가 담당했다. 이중 양사 제품의 55%가량이 북미로 향했다.
현대차·기아는 한국 공장 및 멕시코의 '기아 몬테레이 공장' 등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수출한다. 게다가 몬터레이 공장의 경우, 생산한 제품의 약 92%가 미국으로 향한다. 보편관세를 실시할 경우 막대한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상반기 완공 예정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및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 공장으로 연간 100만대를 현지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양사의 미국 판매량(제네시스 제외)은 160만대가량이며, 양사의 미국 내 판매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 정부와 협상이 시급한 이유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을 활용한 미국 신규 투자를 검토 중이다. 미국 현지에 10조원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해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현지 공급하는 계획이다.
HMGMA 완공으로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생산능력(CAPA)이 30만~50만대가량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강판을 주로 활용한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역시 한국산 강판을 주로 쓴다.
하지만,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쿼터가 적용돼 있다.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에 신규 수요를 현지에서 조달한다면 미국 규제 및 현지 조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정부 측과 긴밀히 협조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장벽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올해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대응 방향은 전체적으로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며 차분하게 대응 전략을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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