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제공=연합]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제공=연합]

지난 1년여간 이어진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속한 ‘4인 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다만 송영숙 회장 모녀와 창업자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소통을 통해 분쟁을 해소한 것이 아닌 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어 향후 이를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임종훈 대표이사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임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기존에 사임 의사를 밝혔던 사봉관 사외이사, 권규찬 기타비상무이사에 이어 임종윤 사내이사까지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사실상 남아있는 이사들 대부분이 4인 연합뿐이어서 경영권을 주도하게 됐다.

특히 지난해 11월 열린 임시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가 5대 5로 같아지며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12월 임종윤 이사가 지분 5%를 4인 연합에 매도하면서 형제 측에 균형이 깨지며 4인 연합의 우위가 예상돼 왔다.

그간 송 회장을 비롯해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모녀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 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 킬링턴 유한회사가 모인 4인 연합과 임 전 대표의 ‘형제 측’이 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분쟁을 이어왔는데, 이사회 구도가 한쪽으로 몰리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결국 이사회 구조에 변화가 생기면서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4인 연합이 한미약품그룹의 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그룹의 핵심 의사결정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한미약품 경영의 핵심인 신약 개발 등 사업 방향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의 주요 계열사인 북경한미가 최근 중국 화륜제약그룹 측 이사 2명과 한미약품 이사 3명으로 구성된 동사회(이사회)를 열고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을 동사장(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권용남 북경한미약품 경영지원부 고급총감과 서영 연구개발센터 책임자, 이선로 코리 이태리 대표 3명을 신규 동사로 임명하고 등기작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미약품그룹 측에서는 이에 대해 부인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기면서 여전히 소통이 안 되고 있는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발표 이후 한미약품 측은 북경한미약품의 지분 73.7%를 가지고 있는 만큼 북경한미약품의 공식적인 메시지는 회사에서 제공되지 않으면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이 왜곡돼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경한미의 경우 이전까지는 모녀 측이 지지해 온 전문경영인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동사장을 맡아 왔는데, 돌연 동사장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가 남아 있는 것이다. 자칫 끝난 것처럼 보였던 경영권 분쟁이 북경한미를 통해 임 이사가 그룹 재편에 나서면 다시금 분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지난해 실적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만큼 내부 결속을 다지고 다시금 안정화를 찾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1조495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0.3% 늘었지만, 영업이익 2162억원, 순이익 1435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각각 2%, 13.2% 줄어들며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올해는 조속한 경영 안정화를 추진해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혁신과 도약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4인 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한 만큼 한미사이언스에 대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사실상 이제는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의 입김이 쌔진 상황이어서 향후 전문경영인이나 회사 방침을 어떻게 이어나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또 아직 형제 측 인사들이 회사에 남아 있을 텐데, 이들과의 관계 회복 등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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