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출처=연합]
일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출처=연합]

트럼프(發)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동시다발적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재계 총수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해외 출장길에 올라 사업 돌파구를 마련하거나, 임직원 사기 진작 등 내부 단속에 나서는 등 글로벌 통상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는 행보다.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사업 돌파구를 찾고, 새로운 기회를 선점해 미래 성장의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했지만, 변동성이 큰 관세 정책과 품목별 관세 도입이 예고되면서 기업들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 속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잇달아 해외에서 현장경영에 나서며 예기치 못한 변수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 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부당합병 항소심(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실상 사법리스크를 떨쳐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 회장은 그후 첫 해외순방지로 중국을 택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방문, 2년 만에 중국 고위급발전포럼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중국 출장 중 샤오미·BYD를 잇따라 찾기도 했으며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면담에도 참석했다.

미·중 통상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을 우선적으로 찾은 이 회장의 결정은 재계의 의구심을 자아냈으나, 협력 강화와 시장 기회 확보로 성과를 거두며 전장 사업에 힘을 싣는 행보로 평가 받았다. 중국은 삼성 반도체 최대 고객이자, 샤오미 및 BYD는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과 관련한 주요 파트너사기도 하다.

이어 지난 2일에는 일본 출장길에 올라 일주일간 머물다 돌아왔다. 이 회장은 출강 기간 중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 'LJF'에 있는 소재·부품 협력사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 사업 협력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사진 왼쪽) SK그룹 회장이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웨이저자 회장과 지난해 6월 대만 타이베이 TSMC 본사에서 면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SK]
최태원(사진 왼쪽) SK그룹 회장이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웨이저자 회장과 지난해 6월 대만 타이베이 TSMC 본사에서 면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SK]

최태원 회장은 대만을 찾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을 만났다. 출장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동행했다.

최 회장의 대만 출장은 약 10개월여 만으로, 당시에도 최 회장은 TSMC를 만나 HBM 협력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은 웨이저자 TSMC 이사회 의장(회장) 등과 만나 "인류에 도움되는 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제안하고, HBM 분야에서 양사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TSMC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개발을 진행 중인 만큼, 이번 출장 기간 중 관련한 협력 방안을 타진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최 회장은 방송을 통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KBS 다큐멘터리 '미래 사회로 가는 길, 메가 샌드박스'에 출연한 그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사업 여건을 지역에 만들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거점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실현 방안으로는 △인재 육성·유치 △인프라(AI 산업 기반 조성) △파격적 규제 완화 △인센티브 지원 등을 들었다.

구광모 LG 회장은 임직원 사기 진작으로 조직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지난 9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2025 LG어워즈’에 참석해 "차별적 미래가치를 향한 여정은 계속된다"며 "고객에게 더 사랑받는 LG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최근 관세장벽 등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고객을 위한 끊임없는 혁신이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하며 임직원의 사기를 북돋운 것이다.

특히 역대 수상자를 기념하는 명예의 전당을 새롭게 공개한 점은 임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려는 구 대표의 내부 경영 메시지로 해석된다. 구성원들이 고객가치 혁신을 핵심 가치로 삼아 자발적인 성과 창출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조직 내실화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통상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 속 총수들의 안정적 경영 기반을 다지려는 전략적 행보는 지속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요 그룹들의 선제 대응과 신사업 기회 모색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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