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주식시장이 2025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불확실성이라는 허물을 벗고 선진화된 시장으로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국회, 유관기관은 중지를 모아 제도를 개선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에 총력을 다 할 계획이다.
다만 지난해 부진했던 증시 분위기는 연초 정치 혼란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등에 영향을 받아 가파른 반등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2025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은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예년보다 간소화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검은 리본을 달았고, 증권·파생상품 업계 및 관계기관 임원 간 신년하례식을 건너뛰고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도 개장식은 '자본시장 밸류업 도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주요 참석자들은 주식시장의 반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국회의원들도 당색과 무관하게 상승장을 기원하는 빨간 넥타이를 착용하기도 했다.
이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올해 국내 경기의 둔화, 자국 우선주의의 강화 등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속 추진하고 자본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며 투자자 신뢰 확보를 중요 과제로 꼽았다.
그는 "글로벌 거래소들의 주요 수익원인 데이터·인덱스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해 나갈 것"이라며 "가상화폐 ETF 등 신규사업에 대한 해외 사례를 잘 벤치마킹해 자본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주식시장은 기업가치나 우리 밥상 물가처럼 우리의 일상 경제가 됐다"며 "정부와 여당이 협력해 증시 안정과 회복, 우상향을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 개선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대신에 참석한 오기형 주식시장활성화TF단장도 "정치적 불확실성을 조기에 정리하고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 투자자들에게 경제 시스템이 복원되고 예측 가능해져야 한다"며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올해도 밸류업을 위한 논의를 발굴하고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는 정치 사회적 이해관계를 떠나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할 과제인 만큼 정부, 국회, 기업, 투자자 모두 합심해 2025년이 그동안 떠났던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가 다시 돌아오는 해로 만들어보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대체거래소 출범, 공매도 재개, BDC 도입 추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정비 등을 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녹록지 않을 1월 증시…트럼프 영향에 촉각
정부, 국회, 유관기관 등이 한 목소리로 한국증시 밸류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쉽게 전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해 첫 거래일 코스피 지수는 1.38p(0.06%) 오른 2400.87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계속되면서 2400선 아래에서 약보합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9.63% 하락하면서 글로벌 주요 지수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21.74% 하락한 코스닥 지수가 전세계 꼴찌였고 코스피 지수보다 더 하락한 대표지수는 브라질, 러시아뿐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증시 흐름과 달리 지난해 국내 증시 하락폭이 컸던 만큼 평균회귀 법칙에 따라 상승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아직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1월 20일 트럼프 2.0 시대가 시작되면서 변동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증시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반등을 점치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관·개인 자금이 해외증시로 향하는 상황에서는 낮은 밸류에이션이 쉽게 인식되지 않아 바닥을 만드는 과정이 더 길어질 수 있다"며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있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지루한 바닥형성 과정을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원·달러 환율도 수급 공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환율 오버슈팅 레벨 부담은 1월 미국 시장금리 피크아웃 전환을 기점으로 통계적 상방 임계선인 1496원 부근에서 잦아들 공산이 크다"면서도 "내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이전까진 환율 변동성 확대에 기인한 외국인 수급 및 증시·주가 부침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선 달러, 금리, 주가가 모두 강한 흐름을 보일 수 있지만 미국의 통상 규제와 제조원가 상승이 한국의 수출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내부적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기업 실적 전망이 악화된 점도 증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1월에도 방어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악재는 피하고 호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방산, 원전, 바이오 등 트럼프 정책 수혜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환율 영향이 큰 금융을 제외하고 저베타에 따른 방어력이 부각될 수 있는 밸류업 업종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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