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이미지. [출처= EBN AI 그래픽]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이미지. [출처= EBN AI 그래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은 경쟁력 확대를 위해 국내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는데 미국에 수출하는 의약품을 만들 때 관세가 부과되면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규모 확대를 위해 18만ℓ(리터) 규모의 5공장을 건설중으로 오는 4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오는 2032년까지 6~8공장을 추가로 지어 생산 용량을 132만4000ℓ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처럼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바이오의약품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6년간 연평균 9%의 증가세를 보이며, 2029년에 8062.9억 달러(약 1113조7284억원) 규모를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셀트리온도 지난해 본격적인 CDMO 사업 진출을 알리면서 국내에 최대 20만ℓ 규모의 생산공장을 설계하고, 당장 올해 부지 선정을 거쳐 10만ℓ 규모의 1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롯데바이오로직스도 36만ℓ 규모의 송도 바이오캠퍼스 공장을 짓고 있다. 송도 1공장은 12만ℓ 생산 규모의 동물 세포 배양 시설로 오는 2027년 1월 본격 가동된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 25% 이상의 관세율이 적용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이 같은 공장 증설에 대한 추진력이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세부 기준과 대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관세가 부과되면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CDMO 특성상 원료의 조달 및 관리 비용은 고객사가 부담하는 만큼 미국이 관세 정책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미국이 관세 부과 시 완제의약품(DP)에 중점을 둔다면 CDMO 기업들의 경우 타격이 비교적 적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DP보다 원료의약품(DS)은 세 부담이 적은 만큼 관세 정책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이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어떻게 책정할지에 따라 국내 CDMO 기업들의 사업 전략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매출 비중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로 높은 만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확대 방안 가운데 하나로 기존 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던 만큼 미국 내 공장을 인수하는 것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현재 미국 관세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향후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역시 CDMO 자회사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추후 상황을 더 지켜보고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셀트리온은 미국의 관세 부과 정책에 대한 대응책 가운데 하나로 “의약품 관세 부과 여부 추이에 따라 필요시 현지 완제의약품 생산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는 전략으로 상황 변화에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지난 2022년 미국 뉴욕 시러큐스에 위치한 BMS(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2080억원에 인수한 이후 현지 공장만 가동 중인 만큼 당장은 관세 우려가 비교적 적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자국 내 의료비 절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만큼 의약품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그 만큼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때문에 실제 의약품 분야에도 관세를 부여할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이고, 부과 되더라도 유예기간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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