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콘퍼런스 '단(DAN) 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콘퍼런스 '단(DAN) 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포털·게임업계가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AI 모델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 AI 모델의 실제 활용도와 사업성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참가 기업들도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LLM)의 성능과 이를 활용한 사업 성과, 오픈소스 공개로 인한 생태계 기여도를 강조하고 있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마감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참여 정예팀 공모에 총 15개의 컨소시엄이 접수했다. 

포털업계에서는 네이버·카카오가, 게임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의 AI 자회사 NC AI가 컨소시엄 주관사로 참여했다. 크래프톤은 SK텔레콤이 주관하는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렸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공모에 참가한 컨소시엄.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공모에 참가한 컨소시엄.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부는 이번 사업 공모에서 최대 5개 정예팀을 선발해 단계적으로 경쟁 평가해 압축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적 수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고 국민의 AI 접근성을 높여 AI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 공모에 참여한 정예팀에 대한 평가에 공공·경제·사회 AI 전환 지원 등의 국내 기여계획이 반영된다. 컨소시엄 참여기업 규모와 공개 오픈소스 수준에 따라 정예팀 연계 비율이 차등화될 예정이다. 오픈소스 수준이 확대될수록 정예팀 연계 비율이 낮아지는 구조다. 

네이버, 국내 최초 자체 개발 LLM…4300만이 쓰는 포털에 AI 

네이버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관들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공모에 컨소시엄 주관사로 참여한다. 네이버의 강점으로는 AI 기술력과 4300여만명이 이용하는 포털 '네이버'의 서비스에 AI를 활용해 온 경험이 꼽힌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국내 최초로 LLM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했다. LLM을 자체 개발한 것은 세계에서 세 번째일 정도로 드문 사례다. 나아가 네이버는 2년 뒤 이를 고도화한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도 공개했다. 

네이버는 올해를 서비스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온서비스 AI'의 원년으로 삼고 AI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3월 AI가 개인별 맞춤 상품을 추천해 주는 AI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을 출시했다. AI가 검색 결과를 요약·정리 해주는 'AI 브리핑'도 선보였다. 

네이버의 AI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 생태계뿐만 아니라 외부 기업에도 공급돼 사업 성과를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은행, 미래에셋증권의 금융 특화 LLM 등에 공급됐다. 해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디지털트윈 구축, 태국시암 AI 클라우드와의 태국어 기반 LLM 및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 사업 등을 수주했다.

특히, 네이버는 2021년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이면서 국내 최초로 '소버린(주권) AI'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도 인터넷·데이터 주권을 넘어 소버린 AI를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또한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경량모델 3종에 이어 최근 경량화 추론모델 '하이퍼클로바 X 시드 14B 씽크'를 무료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연구용으로는 물론 상업용 목적으로도 사용 가능하게 해 AI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풀 스택 AI 사업자'"라며 "네이버는 AI 모델 독자 개발을 넘어 수천만명이 매일 이용하는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역량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고객사들과 정부 기관도 네이버의 AI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프롬 스크래치'로 개발한 LLM …오픈소스로 생태계 확대  

카카오도 자체 개발 LLM '카나나'를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카나나 1.5'를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모델 구축의 첫 단계부터 마지막까지 자체 개발하는 것) 방식으로 개발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출처=김채린 기자]
정신아 카카오 대표. [출처=김채린 기자]

지난 5월 공개한 언어모델 카나나-1.5 4종에 이어 추가로 두 가지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경량 멀티모달 언어모델 'Kanana-1.5-v-3b'는 이용자의 질문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한국어·영어 이미지 이해 능력을 보유한 것이 특징이다. 경량 모델임에도 이미지로 표현된 한국어와 영어 문서 이해 능력이 글로벌 멀티모달 언어모델 GPT-4o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하다. 

MoE(Mixture of Experts) 구조의 언어모델 '카나나-1.5-15.7b-a3b'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MoE 구조는 데이터 처리 시, 특정 작업에 최적화된 일부 전문가 모델만 활성화돼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NC AI, 자체 개발 LLM 상업용 오픈소스 공개…버티컬 AI 강자 

게임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NC AI가 컨소시엄 주관사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도전한다. NC AI는 이번 사업의 정예팀으로 선발되기 위해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LLM '바르코(VARCO) LLM'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새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NC AI는 산·학·연의 여러 기관과 컨소시엄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이번 사업은 개발한 AI 모델의 실제 활용도 중요하기 때문에 컨소시엄에 각계 기관과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을 포함할수록 유리하다.     

이연수 NC AI 대표가 판교 그래비티 호텔에서 열린 'AWS for Games AI Roadshow'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NC AI] [ 
이연수 NC AI 대표가 판교 그래비티 호텔에서 열린 'AWS for Games AI Roadshow'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NC AI] [ 

NC AI는 엔씨소프트의 14년이 넘는 AI 투자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2월 엔씨소프트의 AI 연구조직으로 시작해 2023년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LLM '바르코 LLM 1.0'을 자체 개발했다. 이듬해인 2024년에는 이를 더 고도화해 '바르코 LLM 2.0'을 내놓았다. 

이들 모델은 초창기부터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NC AI는 앞으로 개발하는 모델들도 상업용으로 쓸 수 있는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이다. LLM을 수익도구가 아니라 기술 기반으로 삼고, 특정 산업이나 서비스에 적용하는 버티컬 AI를 사업모델로 삼고 있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NC AI는 프롬 스크래치로 구축한 LLM뿐만 아니라 사업 확장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게임 개발과 운영에 사용한 AI 기술을 패션·미디어·콘텐츠 등 이종 산업에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 캐릭터의 옷을 고르고 디자인을 변경하는 기능을 패션 회사의 신상품 기획에 활용한 것이다. NC AI의 패션 AI 서비스는 안다르, F&F 등 10개 패션 회사에 공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선발기준을 보면 '프롬 스크래치'로 300억(30B)개 이상의 매개변수를 가진 모델을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한 경험, 해당 모델을 실제로 서비스에 적용해 본 경험과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AI 모델의 우수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또한 해당 모델의 오픈소스 공개 범위도 중요하다. 연구용을 넘어 상업용으로도 쓸 수 있도록 공개할 의향이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모델 구축 단계부터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과 함께 실제 AI 모델로 어떤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느냐, 실질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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