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김창권 기자.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산업 투자 행사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 2025)’에서 다양한 전략과 비전을 제시한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차세대 기대주로 우뚝 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3~16일(현지시간) 4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JPM2025에는 각국의 내로라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수 참여하며 올해 헬스케어 산업을 미리 볼 수 있는 장이 됐다.

그 중에서주요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AI(인공지능)과 ADC(항체·약물접합체), 비만치료제이 아닐까 싶다. 이번 행사에서 각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이 시장 선점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눈에 띄었다.

먼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완공된 ADC 전용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올해 1분기부터 ADC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했고, 새롭게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에 뛰어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자체 개발한 ADC 플랫폼 ‘솔루플렉스 링크’를 처음 선보였다.

셀트리온은 오는 2028년까지 ADC 분야에서 9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비만치료제 분야에서는 삼중 작용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을 내놨다. 또한 한미약품은 지방은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환자 특성에 맞는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하는 등 특색있는 주제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번 행사에 직접 참여하면서 느꼈던 점은 우리나라 바이오기업들의 존재감이 글로벌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는 것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한국 바이오기업들이 주도하는 네트워킹 행사인 ‘코리아 나잇’에 국내 기업 외에 해외 기업들이 다수 참여한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의 교류를 원하는 해외 기업 대표들이 현장에 방문해 인사를 나누고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는 등 국내 기업에 많은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 2025) 기간 열린 ‘코리아 나잇’ 행사장에 수많은 인파들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제공=김창권 기자]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 2025) 기간 열린 ‘코리아 나잇’ 행사장에 수많은 인파들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제공=김창권 기자]

다만 안녕(安寧)하지 못한 국내 상황은 다소 우려스럽게 여겨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바이오기업 대표는 “한국에 관심이 많은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면 국내 상황(비상계엄)을 물어보는데, 당황스러울 때가 있었다”며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표현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을 되새겨 보면 국내 정치 상황이 국내 기업에는 독(毒)이 되고 있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투자 유치나 협업이 중요한 산업에서 불확실성을 감소하면서도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은 부담이 하나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경기 상황을 살펴보면 국제 정세 불안으로 급등하고 있는 환율을 비롯해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추세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내부 갈등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실제 한국은행 조사국에 따르면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과 경제 심리 위축 때문에 올해 성장률이 소비 등 내수를 중심으로 약 0.2%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추정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더군다나 이에 따른 직·간접 충격은 더 클 것이란 전문가들의 판단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이번 JPM2025 행사를 진행한 미국의 경우 자국의 경제 성장을 지키기 위해 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자국 내 일자리와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오 분야에서는 미국 의회가 개인 건강과 유전정보를 우려 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제정된 ‘생물보안법’은 중국 등 견제 국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자국 산업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다른 바이오기업 대표는 “미국의 헬스케어 산업이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약해졌다는 의견이 있는데, 현재 상황으로 보면 오히려 더욱 강해진 모습”이라며 “세계 최대의 제약 시장인 미국에서 개발 허가, 신약 승인, 제품 판매를 하는 것이 왕도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사례들이 부지기수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결국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에 앞장선 결과 코로나 위기를 거쳤음에도 산업 패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들을 따라가기 바쁜 후발주자임에도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제 하나씩 결실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치적 갈등으로 기업들의 성장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이번 행사장에서 다수 기업들을 통해 강하게 표출됐다. 이미 벌어진 상황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향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지원은 못해줄 망정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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