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사진=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샌프란시스코(미국)=김창권 기자] 세계 최대 헬스케어 투자 행사인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 2025)’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JPM 2025에서는 AI(인공지능) 기술과 항체약물접합체(ADC), 비만치료제 등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JPM 2025는 지난 13~16일(현지시간) 4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글로벌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 550여개, 참가자 8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펼쳐졌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행사의 핵심인 메인 발표에 줄줄이 나서 K-바이오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번 JPM2025에 공식 초청을 받은 550여개 기업 중 27개 기업만 그랜드볼룸에서 메인 발표를 했다는 점에서 K-바이오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일라이릴리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는 행사 둘째 날인 지난 14일 연단에 올라 6공장 착공 추진을 언급하며 CDMO(위탁개발생산) 역량 확대를 강조했다.

존림 대표에 따르면 2027년 준공이 목표인 삼성바이오 6공장은 5공장과 동일한 규모인 18만ℓ 생산능력을 갖춘다. 완공 시 삼성바이오의 총 생산능력은 96만4000ℓ에 이른다. 세계 최대 수준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도 메인 발표자로 나서 "CDMO를 통해 제2, 제3의 셀트리온을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만ℓ 규모의 CDMO 공장을 인천이나 충남, 충북 중 한 곳에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6일 글로벌 데뷔전을 치른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직스(롯데바이오) 대표는"글로벌 CDMO 시장에서 도약을 가속화하겠다"며 인천 송도 바이오 캠퍼스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해 3월 착공에 들어간 롯데바이오의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은 2027년 본격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휴젤은 2028년까지 보툴리눔 톡신을 80개국에, 필러를 70개국 이상에 판매하겠다는 글로벌 확장 계획을 내놨다. SK바이오팜은 유로파마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북미 지역에서 AI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 사업화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JPM 2025에서는 존슨앤존슨(J&J)의 인트라셀룰라테라피스 인수 등 대형 M&A(인수합병) 소식도 전해져 주목을 받았다. J&J는 조현병 치료제 '카플리타(Caplyta, 성분 루마테페론)'를 확보하기 위해 무려 146억달러를 쏟아붓기로 했다. 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미국의 신약개발기업 아이디알엑스(IDRx)를 11억5000만달러에, 일라이 릴리는 미국의 스콜피온 테라퓨틱스(Scorpion Therapeutics)를 25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 이전·도입도 빈번하게 이뤄졌다. 일리아 일리는 메디아 테라퓨틱스로부터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를 최대 7600만달러에 가져왔다. 베링거 인겔하임과 로슈 주가이는 각각 중국 시나픽스와 스위스 아라리스 바이오텍에 13억달러, 7억8000만달러를 주고 ADC 플랫폼을 도입했다.

ADC도 화두에 올랐다. 삼성바이오는 ADC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ADC 전용 생산시설도 완공했으며 2027년 1분기까지 ADC DP(완제의약품) 전용 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는 ADC 플랫폼 '솔루플렉스 링크(SoluFlex Link)'를 처음으로 공개해 주목받았다. '솔루플렉스 링크'는 약물융합기술 기반 바이오 벤처인 ‘카나프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한 독자적인 링커 기술이 적용된 ADC 플랫폼이다. 롯데바이오 측은 "'솔루플렉스 링크'는 ADC 치료제의 주요 단점인 불안정성을 개선하며, 다양한 항체와 페이로드에 활용이 가능해 ADC 신약 개발사가 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연구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서정진 회장은 "삼중 작용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면서 "2∼3년 후 전임상에 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연구·개발) 센터장은 “일각에서 일라이릴리나 노보노디스크 등의 글로벌 빅파마들이 비만치료제 시장을 다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약품이 차별화를 가진 것인지 의문을 갖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비만치료제는 3중 작용제로, 가장 특이점은 근육량을 늘려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 한미약품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기반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삼중 작용제인 'HM15275' 등을 개발하고 있다.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도 헬스케어 분야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킴벌리 파월 엔비디아 헬스케어 부문 부사장은 지난 14일 발표에서 “헬스케어 산업은 약 1000~2000만명의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며 "AI와 로봇 기술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주요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이미 빠르게 성장하는 헬스케어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프로그램인 ‘인셉션’의 헬스케어 회원사는 3500곳을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만 1300곳 이상이 새롭게 참여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전체 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파월 부사장은 "수십 년간 축적된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AI 모델 개발이 필수"라며 "이러한 접근 방식이 각국 보건 시스템 혁신의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