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SG기준원 홈페이지 캡처. [제공=한국ESG기준원]
한국ESG기준원 홈페이지 캡처. [제공=한국ESG기준원]

최근 한국ESG기준원(KCGS)이 발표한 ‘2024년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및 등급’을 두고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매출 순위 상위 제약사들은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서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지만, 일부 바이오기업들은 최하 등급인 D를 받으면서 불멘소리가 터져나온다.

11일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올해 정기 ESG평가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 가운데 총 28개 기업이 D(매우 취약)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36곳) 대비 8곳이나 감소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ESG경영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ESG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제약·바이오 기업은 셀트리온제약, HLB글로벌, 국제약품, 동성제약, 삼천당제약, 바이오노트, 네이처셀, 신라젠, 에이프로젠, 진원생명과학, 파미셀, 삼성제약 등으로 C(취약)등급을 받은 28개 기업과 함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평가 기준 중 가장 높은 A+(매우 우수)는 동아쏘시오홀딩스와 HK이노엔, SK케미칼로 총 3곳으로 나타났으며, A(우수)는 녹십자홀딩스, 보령,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양홀딩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유한양행, 일동제약, 종근당, 종근당홀딩스, 에스티팜, 한독, 휴온스 등 14개 기업으로 전년(8곳) 대비 6곳이 늘었다.

이번에 등급이 조정된 곳들을 살펴보면 동성제약이 대표이사(최대주주) 리베이트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지배구조 분야 평가가 C에서 D로 낮아져 종합 D등급을 받았다. 이외에 등급 조정을 받은 곳 가운데 HK이노엔이 올해 ESG평가에서 지배구조 A+등급으로 상향돼 첫 통합 A+등급을 획득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도 환경 부문 등급이 B+에서 A로, 지배구조 부문은 A에서 A+로 상향되며 통합 A+를 받았다. 이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ISO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한 점이 환경 부문 상승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ESG 평가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어 많은 기업들이 평가 등급을 상승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지표다. 특히 제약사들의 경우 글로벌 빅파마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국내에 유통하기 위한 계약을 할 때 이 ESG 등급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낮은 등급을 받은 바이오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들어왔기 때문에 ESG 등급을 높이고 싶어도 기업의 재무 사정이 좋지 않아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바이오 분야 특성상 제품 생산 외에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R&D)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도 있는데, 이들은 공장이나 영업 인력 등이 없어 환경개선이나 노동 관행 등 개선을 위한 요건도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한국ESG기준원에서 조차 ISO(국제표준화기구) 인증에 배점을 부여하는데, 환경에 해당하는 ‘ISO14001’ 인증과, 사회적 책임에 해당하는 ‘ISO45001’, ‘ISO10002’ 등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등이 주요 가점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 위주의 사업구조를 가진 바이오벤처 등의 경우 생산 공장이 없어 조직의 안전 및 보건 경영시스템 구축 자체가 어렵고, 폐기물 감소나 에너지 효율 등의 조건도 갖추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보니 ISO 인증을 받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다.

여기에 일부 바이오벤처는 신약 개발을 통한 기술 수출 이전까지는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아 기부 등의 사회적 활동도 어려워 사실상 ESG 등급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당연히 ESG 등급을 높일 수 있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ESG 등급을 높이기 위해선 ISO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획득하기 위한 인원 자체가 없고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아 시설 투자도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른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상장이 돼 있다는 이유로 ESG 등급이 부여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제약사들의 경우 ESG 경영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 까지 이런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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