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mRNA 백신 개발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mRNA 백신 개발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내년에도 제약업계는 꾸준한 연구개발(R&D)에 나서며 신약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외 정세 불안정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폭등과 지속되고 있는 의정갈등이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발간한 ‘제약: 연구개발 성과, 제약사 실적의 Key’에 따르면 내년 제약사들이 수요 성장에 힘입어 견조한 외형성장 및 수익성은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해외 시장 진출 등 R&D 성과에 따라 사업경쟁력 차별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리포트를 작성한 김수민 수석 연구원은 내년에는 고령화, 만성질환증가 등으로 의약품 수요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약가 규제로 인해 수익성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4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993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9.2%를 차지했다. 여기에 지난 10월 기준으로는 19.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2025년에는 초고령 사회(20%)로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노인 인구 증가는 만성질환 증가로 이어지며 의약품 수요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국민 1인당 진료비는 증가 추세로 최근 5년 평균 증가율은 8.1%에 이른다. 더군다나 노인의 경우 고혈압, 관절염, 정신 및 행동장애, 당뇨병, 신경계 질환 등 주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진료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의약품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도 제약사들이 단순히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이 나빠지면 건강보험 약품비 부담 완화를 위해 약가규제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연간 11조원의 국고지원금을 제외하면 적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이마저도 2026년 적자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2020년 이후 1+3 공동생동, 약가차등제, 기등재 약가 재평가 제도 등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의 난립을 방지하는 제도 신설로, 제네릭 개발에 주력하는 중소 제약사의 수익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GC녹십자 ’알리글로’의 미국 첫 출하 모습. [제공=GC녹십자]
GC녹십자 ’알리글로’의 미국 첫 출하 모습. [제공=GC녹십자]

■ 제약사별 R&D 성과 차별화 심화

올해 GC녹십자의 ‘알리글로’, 유한양행의 ‘렉라자’,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 셀트리온의 ‘짐펜트라’ 등이 미국 진출로 해외 성공 사례가 증가한 점도 내년을 전망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미국 약가 인하 등 바이오시밀러(생물 복제약)에 대한 우호적 여건으로 해외진출 시도는 내년에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해외 진출 등 R&D 성과는 실적 차별화 요인으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이유는 시장규모 자체가 크기도 하지만, 약가가 높다는데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약가가 3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의 경우 해외에서 진행하는 임상 비용 부담과 높은 리스크로 인해 해외 진출이 제한적이었으나, 지금은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 계열사나 위험이 낮은 바이오시밀러의 해외 직접진출 사례 증가로 제약 업계 전반의 외형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영업이익으로 연구개발비 충당이 어려운 중소 제약사의 경우도 있어 기업별 재무부담 차별화로 인해 성장 격차가 점차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R&D 등을 이어가기 위해선 투자가 필수인데,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넘어서면서 제약사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더한다. 원료의약품뿐 아니라 실험 장비들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아 달러가 오를수록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자본력인 있는 대형 제약사들의 경우 이를 감내하고 R&D 투자를 통한 신약 출시로 이어진다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 해외에서 진행한 임상비용이 크게 증가한 적이 있는데, 최근 국내·외 정세 불안으로 임상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달러 상승 등으로 비용 부담까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인근에서 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해당 기사와는 관련 없음. [제공=연합]
▶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인근에서 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해당 기사와는 관련 없음. [제공=연합]

■ 지속되는 의정갈등…임상 감소로 차질

올해 초 시작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요구하는 등 여전히 갈등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를 교수진 등 남은 의료진들이 책임지고 있다 보니 주요 종합병원 병상 가동률은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종합병원의 전공의 부족으로 임상·연구교수들까지 응급실로 차출되면서 국내 임상시험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262건이었던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2분기 236건, 3분기 223건으로 3분기 연속 감소했다.

제약사들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신약 개발 등 장기적인 R&D가 중요한데 장기화 된 의정갈등으로 국내 임상시험에 영향이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제약업계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결국 제약사들이 내년에도 R&D 비중을 높이며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내외적 상황으로 인해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럼에도 업계는 성장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