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EBN]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EBN]

우리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에서 3875억원 가량의 대규모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우리은행은 전임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적발 규모가 지난해 금감원 검사 당시 보다 2배로 늘어났고 금융권 전반의 조직적인 금융사고가 드러났다. 

4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을 대상으로 한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을 비롯해 101건·2334억원이었다. KB국민은행에서 291건· 892억원, NH농협은행에서는 90건· 649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있었다. 

검사 결과 금융권 고위 임직원들의 부당대출 취급금액은 3145억원으로 나타났다. 금품수수 사례 역시 다수 적발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기존에 확인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의심대출 350억원 외에 380억원을 추가로 적발했다. 특히 전체 대출 중 61.8%인 451억원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고 46.3%인 338억원은 부실화됐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한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 관련 사고를 일으킨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과거 우리금융지주도 타사에 준하는 수준의 징계기준을 뒀으나 전임 회장때 대폭 완화했고 해당 기준이 계속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부당대출 유형은 외부 브로커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대형화됐다. 허위 계약서를 통한 고도화 정황도 있었다.

KB국민은행에서는 영업점에서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을 도와 허위 매매계약서 등을 기반으로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쉬운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등으로 부당대출 892억원을 해준 게 적발됐다.

내부 감사도 느슨했다. 최근 개별 영업점 전결 여신에서 금융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도 영업점 내부 감사 주기를 3년으로 일률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감사기간도 3∼4영업일로 짧았다.

NH농협은행에서는 영업점에서 지점장과 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원을 해준 게 적발됐다.

이들이 일부 대출에 대해 차주 등으로부터 금품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도 포착됐다.

NH농협지주는 단순자기자본비율이 전체 은행지주 중 최저수준인 등 자본비율이 열위에 있는데도 매년 대주주에 거액의 배당 등을 지급해 자체 위기 대응 능력이 약화된 것으로 지적됐다. 우회적인 대주주와 계열사 지원행태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며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엄정 제재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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