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제공=금감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1/1648131_660330_5216.jpg)
"검찰 조사를 12시간이나 받은 선배는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술부터 찾으시더라고요. 검찰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데에도 길을 잃었고, 나와서도 넋을 잃은 모습이었죠. 한 식당에 들어가 연거푸 소주 4잔을 마셨습니다. 그 후로 선배는 검찰 조사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셨어요."
몇달전 한 금융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금융인은 피 말리는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지난 8일 이 금융인의 모습과 우리금융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이날 금감원은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 발표를 내달로 연기한다고 했다. 피 말리는 나날이 연장됐다. 우리금융은 이복현 원장이 예고한 "매운맛"이 어떤 것일 지 두렵다고 했다.
경찰·검찰에 가면 길게는 20여 시간이 넘는 조사와 심야·새벽조사를 받게 된다. 한 법조인은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이루어진 조사가 과연 진술의 신빙성이 있을까'하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조사 방식이 우리금융에게도 같이 적용된 것 같다.
검찰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검찰 문화와 시스템을 금감원에 가져다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몇 가지다.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금감원 우리금융 중간 검사 발표) △검찰식 강도 높은 상명하복 △무능한 부서장, 보고 불가 조치 △워치독(감시견) 대신 능동적인 조사·검사 방식 △백브리핑을 통한 특정 기업에 대한 경고 등이다.
특히 한 기업을 물고 늘어지는 방식은 금감원으로선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관계자의 공통된 평가다. 금감원 출신 금융권 인사는 "금감원 설립 이래 이렇게 특정 금융사를 집요하게 공격한 사례는 없을 것"이라면서 비판했다.
어떤 은행은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우리금융에 대해 걱정했다. "혹시 저희 은행도 다음 타깃이 될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권력자나 지도자의 서사는 비교적 정해져 있다. 승자독식처럼 조직에서 부상해 우여곡절 일을 해내고 결국 레임덕(lame duck:임기말 권력약화)으로 끝나는 식이 주를 이룬다.
금감원장 출신 A씨는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직원들이 나태해지거나 등을 돌리는 것을 경험했다"고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레임덕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면서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원장이 직격탄을 받을 것으로 봤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레임덕이 없는 원장"이라고 했다. 인사와 금융사에 대한 장악력이 여전히 확인돼면서다.
금감원 한 국장은 "원장이 워낙 조직에 대한 그립이 강하고 직원들 업무 능력에 세세히 통달해 즉각적인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분이다 보니 조직에 군기가 바짝 들어 차질 없는 업무추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원장 리더십 때문에 개인의 일탈이나 조직력 약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한민국이 데드덕·무정부 상태에 빠지면서 기관장 개별 리더십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이 원장이 우리금융을 붙잡고 있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아직도 금융권은 이 원장의 '입'을 보고 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에 '매운맛'을 보여주겠다고 예고까지 했다.
이 모습이 우리금융을 이른바 '인질'로 붙잡고 레임덕을 막는 모양새로 보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까. 일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손절하기 위해 우리금융을 볼모로 삼았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또 이 원장의 냉정한 의사결정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동양생명 인수와 증권업 시작, 은행 내부통제 강화 등 올해 우리금융이 올해 가야할 길이 멀다. 조직력 복원도 큰 숙제다. 우리금융은 부족하나마 4대 금융지주다. 그리고 누군가를 피 말리게 하는 고문은 계엄만큼이나 옛날식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원장은 오는 6월이면 임기만료 한다. 그때까지 우리금융을 포획할 것인가. 이제 우리금융을 놓아줘라.
우리금융이 지어야할 책임과 받아야할 제재가 있다면 선명하게 알려주고, 우리금융이 가야할 길을 가도록 놓아줘야 한다. 금융사는 금융당국의 인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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